[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발암물질이라고요? 잘 알지는 못했는데 뭐 크게 신경쓸 게 있을까 싶네요. 날도 추워져서 따뜻한 부대찌개가 제격인 계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좀 꺼림칙하기도 합니다."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하죠. 뭐든지 과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직장인 인기 점심메뉴인 '부대찌개'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경고 속에서도 선전 중이다. IARC는 최근 부대찌개 주 재료로 쓰이는 햄ㆍ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에 유통판매점의 가공육 판매가 줄어드는 등 영향을 받고 있으나 서울 도심 식당가에서는 아직 손님 감소 등 별다른 동요가 감지되지 않는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부대찌개 전문점 앞.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 가게 안은 따뜻한 국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햄ㆍ소시지가 담배ㆍ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는 외신이 전해진 지 이틀째지만 식당 앞에는 짧지 않은 대기줄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부대찌개를 메뉴로 내놓은 다른 식당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식당 관계자는 "TV 방송을 통해 소식을 듣긴 했지만 손님이 뚝 끊기거나 하는 변화는 없다"며 "오히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난주에 비해 손님이 늘어난 편"이라고 전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 역시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중구 무교동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7ㆍ여)씨는 "매일 햄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에 부대찌개를 먹었다는 직장인 박정인(25ㆍ여)씨도 "TV나 신문을 자주 보지 않아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방금 맛있게 먹고 나온 후에 찝찝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크게 걱정되는 편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햄ㆍ소시지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는 소식이 확산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주요 대형마트 3사의 가공육 판매량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서울 중구의 부재찌개 전문점 관계자는 "여론이 나빠지게 되면 손님들은 자연스레 다른 메뉴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신속하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육가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단백질의 보고인데, 순기능을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와 동급으로 위험을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비교"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