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자영업자 위기 가시화
성수동에 유동인구 몰려 건대 타격
"지자체, 지역 상인과 협력 필요해"
"코로나19 유행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드네요.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상권에서 만난 상인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성수동이 핫해지니까 사람들이 다 넘어가서 장사가 예전만 못한 가게들이 많다"며 "주변에 임대료가 1년 치씩 밀린 매장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건대입구역 인근 '맛의 거리'에서 20년 가까이 운영돼 오던 룸 술집도 3개월 전 문을 닫았다. 장사가 안돼 이자카야(일본식 주점)로 업종까지 바꿔 가며 버텼지만, 줄어든 손님을 마냥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건대입구역 일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B씨는 "예전처럼 회식을 하고 2~3차로 노래방이나 호프집을 가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상권도 함께 죽었다"며 "점포들이 물러난 자리에 인건비 부담이 적은 무인 매장 위주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성수동'이 트렌드의 성지로 떠오르며 서울 대학가 핵심지로 꼽혀왔던 건대 상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존 상권의 유동인구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흡수되는 '빨대 효과(Straw Effect)'라는 분석이다. 기록적인 내수 부진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상인들을 위해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2가3동의 유동인구(1㏊당)는 2024년 3분기 5만2402명에서 지난해 3분기 5만5499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광진구 화양동의 유동인구는 같은 기간 7만 8778명에서 7만4821명으로 줄었다.
직접 찾은 건대입구역 일대에서도 곳곳에 '임대 문의'라 써 붙인 매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술집이 밀집한 거리에선 3m 간격으로 폐업한 점포들이 눈에 띄었고, 상가 건물 위층에도 임대 문의가 걸렸다. 가챠샵(뽑기방), 오락실 등 무인 매장에서만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상권의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인들과 협력해 상생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구 해방촌 인근 '신흥시장'이 낙후된 상권을 되살린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신흥시장은 2015년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 사업지로 선정돼 대대적인 환경 개선을 거쳐 현재 20·30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되살아났다. 용산2동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4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흥 상권이 들어서면 옛 상권이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상생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자체가 상인들과 협력해 상권 회복을 지원하는 등 숙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