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문턱서 전면 스톱
도매상 겸영 금지 두고 복지부-중기부 평행선만
비대면진료는 제도화됐지만 함께 논의됐던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상 개설 금지 내용을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안,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이 법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대형 플랫폼의 독점적 생태계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뒀던 법안의 향방은 불투명해졌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정부부처 간의 막판 조율을 위해 열린 간담회마저 소득 없이 끝나면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 시장까지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공성 논리'와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혁신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진료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공공플랫폼 구축도 검토할 방침이다.
2019년 설립된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코로나19 기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등을 통해 업계 1위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 2024년 2월부턴 의약품 도매업체인 비진약품을 설립하고 의약품 도매업까지 진출했다.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처방전에 명시된 전문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을 찾아 헤매는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이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면 약국의 재고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닥터나우는 자회사로부터 특정 금액 이상의 약을 구매한 약국에 '나우(NOW) 재고확실'이라는 마크를 부여하고 앱 상단에 우선 노출했는데, 약업계는 이를 명백한 신종 리베이트로 규정했다. 특정 도매상의 약을 사야만 환자를 보내주겠다는 방식이 과거 제약사와 병원 간의 검은 거래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플랫폼이 중개자를 넘어 공급자 지위까지 갖게 되면 약국은 플랫폼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특정 약을 사입해야 하는 종속적 관계로 전락한다"며 "이는 결국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약사법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로 생겨난 플랫폼 업체가 약국 개설자로부터 리베이트 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이라며 "약국 간의 공정 거래 질서 유지와 국민 건강·안전에 필수적인 법안"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제2의 쿠팡 방지법" vs "제2의 타다 사태"
국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법안을 발의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거대 플랫폼이 제조·유통·중개를 모두 장악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분야에서 플랫폼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비급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한규 민주당 의원 등 스타트업 연구지원 단체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은 자칫 '제2의 타다' 사태를 우려한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시작한 기업을 사후 규제로 고사시키는 것은 국가의 신산업 육성 의지를 꺾는 행위라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도 플랫폼의 의료기관·약국 환자 유인·알선 행위와 의약품 도매업자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은 현행 규제 조항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도매업 허가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 규제이자 영업의 자유 침해"라며 사후 제재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자가 도매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현행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플랫폼만 예외로 두는 것은 특혜"라고 맞서며 부처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무조정실의 중재 여부와 설 연휴 이후 열릴 임시국회가 이번 논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닥터나우 방지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당장 닥터나우는 플랫폼 사업과 도매업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자회사 비진약품이 매각되거나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약국을 앱 화면 상단에 배치하거나 '재고 확실' 마크를 붙여 유인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다만 환자의 위치에서 거리가 가장 가깝거나 평점이 높은 약국 위주로 정보가 제공되는 방식은 계속할 수 있다.
반면, 법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대폭 수정될 경우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이 향후 중개수수료, 구독비 등을 요구하거나, 축적된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산업이나 건강기능식품 시장과 연계하는 영리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이 의료의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플랫폼의 기술적 혁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제도적 통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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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분명한 혁신이지만, 그 수익 모델이 의약품 도매 마진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유통업이지 의료 혁신이 아니다"고 꼬집으며 "플랫폼이 도매상 마진을 수익모델로 삼았을 때 생길 문제는 환자 건강과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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