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논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없이는 집값 안정이 어렵다"는 주장이 23일 여당에서 나왔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유세 정상화'를 공론화한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손솔 정의당 의원 및 참여연대와 공동 개최한 국회 좌담회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인사말에서 "보유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 논의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며 "세제는 예외보다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줘야 정책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좌담회 도중 재경위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예고 없이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지나가다 좌담회 주제를 보고 들렀다는 오 의원은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으로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과도한 세금 혜택을 제거하는 정도는 담론적으로 정합성이 있고 사회적 설득이 가능한 지점"이라고 했다. 소관 상임위 소속 여당 의원이 발걸음을 멈출 만큼 보유세가 당 안에서도 뜨거운 의제인 셈이다.
"거래세 낮추고 보유세 높여야…주택 수 아닌 '주택가액' 기준으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야 한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1세대 1주택자 비과세 기준(양도가액 12억원 이하)에 대해 "왜 12억이냐, 무슨 근거로 정하느냐"며 "중위가격의 일정 배수로 객관화해야 한다. 현재 중위가격이 약 4억원이므로 2배로 하면 8억원"이라고 했다.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과거 9억원에서 2021년 12억원으로 올랐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을 제대로 정하면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공시가격을 시장가치의 80%로 현실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로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재산세 구간을 늘리고 중위가격 초과 주택에 누진 세율을 적용하면 "종부세와 같은 경제적 효과를 얻으면서 이중과세 논란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4년 동안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줬는데도 매물은 안 나왔다. 보유세까지 낮춰줬으니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종부세를 올려서 잠깐 매물이 나오려 했는데 금방 내려버렸다. 보유세를 제대로 올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과세 기준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전환해 누진세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 수 기준은 다주택자 규제라는 정치 철학 때문이지만, 세금의 관점에서는 가액이 부담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토지와 건물을 분리 과세하되 토지 세율(구간별 누진)을 건물 세율(단일 비례세)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1주택자 혜택, 실거주 중심 개편 필요…"장특공제가 매물 막는다"
임 교수는 양도세에 대해 "디테일 하나하나가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설계돼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양도소득을 종합소득세에 포함하고, 1주택자 혜택은 장기거주·생애 양도소득 한도 등 실거주 요건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적용 배제는 "유예기간을 두고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나도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느냐"며 단계적 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등록을 의무화하고 보유기간 세제 혜택을 주되, 사업 종료 이후에는 양도세를 정상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온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언급됐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에 대해 "명목상 실수요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세 혜택을 위해 이사와 이동을 줄이고 거주를 동결시키는 락인(lock-in) 효과를 유발한다"고 했다. 과도한 혜택이 핵심 입지의 주택 순환을 막아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10년간 양도소득 10억원이 발생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이 0.5~6.1%지만, 같은 기간 10억원을 번 근로소득자는 11.2~35.0%를 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이 격차를 교정해야 '똘똘한 한 채' 문제가 풀린다"고 했다.
"보유 부담 낮아 자원 재배치 안 돼"…재경부 "가액 기준 검토"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수현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 김원장 삼프로TV 진행자, 임재만 세종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서윤 기자
기자 출신 김원장 삼프로TV 진행자는 "시세 20억원 아파트의 재산세가 약 370만원으로 실효세율이 0.19%에 불과하다"고 했다. 월로 치면 30만원 수준으로, 보유 부담이 사실상 없으니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서울 핵심 지역 주택을 보유하는 현상에 대해 "투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상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라며 "보유세가 낮고 장기보유·고령자 공제까지 있어 소득이 줄어도 주택을 유지하는 게 유리한 구조인데 이 구조를 깨야 한다"고 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다수 연구에서 보유세 인상과 주택가격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된다"며 "재산세 부담은 자본 소유자에게 귀착되는 경향이 커서 임차인 전가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했다. 1주택 양도세 전액 비과세 구조에 대해서는 "영국은 한 번도 임대하지 않아야 비과세 혜택을 주는 등 실거주 요건이 훨씬 엄격하다. 우리는 2년만 살면 비과세"라고 지적했다.
윤수현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부동산 세제가 '무더기'처럼 돼 있는 부분이 있다"며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인다는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맞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주택 수와 가액 기준 문제에 대해서도 "지방의 저가 2주택과 핵심지 초고가 1주택을 비교했을 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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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좌담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확정한 뒤 열렸다. 유예가 종료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재경부가 진행 중인 보유세·거래세 조정 연구용역 결과가 올해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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