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한앤코 공개매수 난항
대주주와 같은 가격 제시해도 소액주주 시큰둥
포괄적 주식교환 있지만 여론 부담 커
비상장 기업이나 다른 회수 방법 찾을듯
사모펀드(PEF) 들이 포트폴리오 기업을 상장 폐지하기 위한 공개매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주주와 같은 가격을 제시해도 소액주주들이 응모를 꺼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니라 '소액주주 프리미엄'을 따로 고민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케팅의 상장 폐지를 위해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앞서 베인캐피탈은 지난달 대주주 지분을 사들인 가격과 동일한 주당 1만6000원에 1차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자진 상장 폐지 요건인 95% 지분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최대주주 지분과 1차 공개매수 확보 물량, 우리사주조합 지분 등을 더하면 현재 확보한 지분율은 약 81%다.
한앤컴퍼니 역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 폐지의 난이도를 실감하고 있다. SK디앤디를 비상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1차 매수 응모율 40.2%, 2차 매수 응모율은 5.0%에 불과했다. 경영권 인수 목적이 아닌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이플러스에셋을 대상으로 실시했을 당시에도 응모율은 35.9%에 그쳤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와 같은 가격을 제시해도 소액주주들이 응모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제는 오히려 소액주주 프리미엄을 추가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팔면 손해"…달라진 소액주주 인식
업계에서는 최근 공개매수 난항의 배경으로 소액주주 인식 변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만 제시해도 공개매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이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폐지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 가격에 팔 경우 향후 가치 상승의 과실을 PEF에만 넘긴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주주행동주의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집단학습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300을 넘는 등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점도 부담이 됐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추가 상승 기대감을 꿈꾸며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동인이 생긴 셈이다.
그런 점에서 VIG파트너스는 적기에 선제 대응으로 돌파구를 발 빠르게 찾은 사례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6월 VIG파트너스는 미용의료기기 기업 비올을 인수하면서 자진 상장 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대주주로부터 확보한 지분율이 34.76%에 불과했고, 계약 체결 당시 종가 대비 프리미엄이 11.6%에 그쳤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비교적 수월하게 상장폐지에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일반 주주에게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상법 개정을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 권리 보호 기조에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시기와 방법 모두 잘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주식교환 카드도 있지만… 여론 부담도
상장 폐지를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 카드를 쓸 수도 있지만 부정적 여론이 생길 부담이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지분을 교환하며 소유 구조를 통일하는 제도다. 통상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가져오는 대신 모회사 신주를 발행해 교부한다.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67% 지분율만 확보해도 실행할 수 있다. 다만 나머지 주주들의 목소리가 묻히게 될 수 있기에 최근의 상법 개정 흐름으로는 반발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에 따라 공개매수는 PEF의 기본 전략에서 점차 고위험 카드로 인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난항이 잦아질수록 PEF 입장에서는 배당 또는 자본재조정(리캡) 등을 통한 우회적 회수, 비상장 기업 중심 투자 등 다른 방법에 눈길이 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PE는 지금]"소액주주 프리미엄 줘야 할 판"…공개매수 난항 겪는 PEF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43009522756901_1714438347.png)
![[PE는 지금]"소액주주 프리미엄 줘야 할 판"…공개매수 난항 겪는 PEF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0611101931756_177034381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