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3일~2월21일 25건 분석...'다주택' 정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한 달 새 절반 수준 둔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한 달간 X(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부동산 관련 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다주택(다주택자 포함)'으로 71회였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특정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꺼내는 것은 그 자체로 정책 방향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게 중심이 실거주 목적을 벗어난 투기적 다주택자 규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2일 아시아경제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부터 전날까지 30일간 엑스에 올린 부동산 관련 글 25건을 분석한 결과, '다주택'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각 31회)는 세금 관련 표현(양도세·종부세·세제 등)과 '투기'가 각각 31회로 공동 2위였다. '부동산'과 '임대'가 각 30회로 공동 3위, '정부'와 '정상화(비정상 포함)'가 각 28회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국민' 24회, '특혜·혜택' 24회, '대출' 13회가 뒤를 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 "시장 원리대로 가야 한다"며 부동산 이슈를 뒷순위로 밀어뒀던 이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부터 메시지 수위를 한층 높였다. "세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은 마지막 수단"이라면서도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틀 뒤부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관련 발언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구두 경고 넘어선 실무 집행…금융권 대출 TF 즉시 출범
특정 이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빈도와 강도는 곧 정책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실제로 후속 조치가 따랐다.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다주택자 대출 문제를 처음 꺼낸 뒤 약 일주일 만에 금융위원회는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임대사업자 대출 취급 현황과 심사 절차를 확인했고, 금융감독원은 이찬진 원장의 지시로 '다주택자 대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 달 사이에 다루는 정책 영역이 빠르게 넓어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를 선언했고, 지난 8~9일에는 매입임대사업자 제도와 등록임대 특혜 폐지로 넘어갔다. 지난 13일 다주택자 대출 연장 문제를 처음 꺼낸 뒤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에는 내각과 비서실에 규제 방안 검토를 직접 지시했다. 세제에서 시작해 임대 제도, 금융, 행정명령까지 한 달 만에 전 영역으로 확산한 것이다.
'특혜·혜택'과 '정상화'는 이러한 정책 확대 정당성을 세우는 데 쓰였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부추긴 잘못된 특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논리다.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를 '4년 전에 정해진 원칙의 시행'으로 규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불법계곡 정비, 코스피 5000포인트, 상법 개정을 모두 '정상화' 프레임에 넣은 뒤 부동산 정책을 그 연장선에 놓았다.
"의견은?"에서 "지시했다"로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연일 확인하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 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발언의 톤은 갈수록 강해졌다. 초반엔 "토론해봐야 할 주제"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형 발언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31일부터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며 톤이 확 바뀌었다. 이달 초에는 "엉터리 보도" "허위보도하는 이유가 뭘까요?"로 언론을, "망국적 부동산투기 옹호도 이제 그만"으로 야당을 겨냥하며 대상이 넓어졌다. 지난 8~10일에는 등록임대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의 단계적 폐지안(1~2년 내 점진적 폐지, 아파트 한정)이라는 구체적 제도 변경 방향이 나왔다.
지난 13일에는 금융 영역으로 넘어갔다.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만기가 되었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라고 물은 지 일주일 만에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개인을 도덕적으로 탓하는 대신 이들에게 특혜를 준 정치권의 책임과 임대차 시장의 수급 원리를 규제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난 18일 "사회악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돈이 되게 만든 정치인들"이라고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날에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임대차 대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주택자가 매각하면 전·월세 공급도 줄지만, 무주택자가 매수하므로 전·월세 수요도 동시에 줄어든다"며 매물 축소에 따른 임대차 시장 불안론에 응수했고,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서민 주거가 안정되나요?"라고 반문하며 반대 논리의 전제 자체를 뒤집었다.
연일 쏟아지는 강경 메시지에 시장 지표도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5%로, 1월 넷째 주(0.31%) 대비 절반 수준으로 3주 연속 둔화했다. 강남 3구 역시 강남 0.01%, 서초 0.05%, 송파 0.06%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경기 과천시(-0.03%)는 2024년 5월 이후 88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文정부가 미룬 수단, 초기부터 꺼내
다만 과거에도 규제 초기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했다가 결국 시장이 정책을 이긴 전례가 있다. 임민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공간환경학회 학술지 '공간과사회'에 2024년 게재한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동시에 운용한 정책 모순, 정치적 부담에 따른 보유세 강화 지연, 뒤늦은 공급 대책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조금만 버티면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학습효과에 기대어 정책을 우회한 것도 실패를 가속시킨 요인으로 분석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늦게 꺼내거나 미루었던 수단을 초기부터 꺼내고 있다.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를 먼저 꺼냈고, 대출 규제를 정권 초기부터 밀어붙이고 있다. 임기 초반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을 펴다 공급 불안을 키워 패닉바잉을 초래했던 과거와 달리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 목표를 발표했다. 21년간 비정규 임시조직이던 공공주택추진단을 실장급(1급) 주택공급 컨트롤타워 '주택공급추진본부'로 격상했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합동 TF까지 가동하고 있다.
잦은 정책 변경과 부처 간 엇박자로 시장에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과거와 달리, 이 대통령은 연일 직접 메시지를 내며 시장의 '버티기' 심리를 차단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코스피가 5800선을 돌파하는 등 자본시장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며 다주택을 유지할 경제적 유인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도 현 정부에 유리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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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유세 강화'는 대통령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파급력이 가장 큰 정책 수단을 미공개 상태로 남겨둔 불확실성 자체가 다주택자의 매도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대통령이 이 카드까지 꺼내 들지가 정책의 다음 국면을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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