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철도부터 IT인프라까지 모두 부족
회원국 이견도 속출…비용분담 과제로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 이후 유럽연합(EU)이 방위테세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방산 인프라 구축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향후 10년동안 최소 전체 방위비의 5분의 1 가량을 방산 인프라 구축에만 써야할 것으로 전망돼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사시 미군의 도움 없이는 동유럽 물자 수송에만 두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유럽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향후 미국의 혹시 모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에 대비해 자체적인 위성통신망과 군용 IT망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 공동 방위비 5년간 75% 급증…방산 인프라에만 매년 120조 투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따르면 지난해 EU 회원국 27개국의 국방비는 총 3810억유로(약 650조원)로 집계돼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 2180억유로 대비 74.7%나 늘어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재무장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이 국방비를 늘린데다 냉전시기 종식 이후 노후화 된 방산 인프라 투자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방위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EDA에 따르면 철도, 도로, 항만 등 무기 수송 및 통신망 등 방산 인프라 투자에만 매년 700억유로(약 119조원)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위비의 18% 이상이 인프라 투자에 쓰인 셈이다.
특히 지역적으로 유럽 중앙부에 위치해있고 나토의 유럽 지역 사령부가 위치한 독일이 방산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물류조달 및 전투차량 확보, 정찰 감시위성 체계 등 방산 인프라에 500억유로가 넘는 국방조달계약을 한꺼번에 승인했다.
미국의 나토 탈퇴 우려도 유럽의 방위비 및 방산 인프라 투자 증액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매체인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정부가 탈퇴하기로 서명한 66개 국제기구 가운데 나토 연계조직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나토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센터(하이브리드 CoE)'로, 러시아의 사이버·에너지·경제 인프라에 대한 공격과 같은 비군사적 위협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던 조직이다.
폴란드까지 탱크 한대 보내는데 45일…"군용철도 확보 시급"
EU가 방위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이유는 유사시 미국의 도움없이 병력 및 군용물자 수송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가 아닌 유럽국가들이 별도로 우크라이나에 탱크 등 병력물자 지원을 할 때 한달 이상 기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9월 유럽의 군수 이동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각 회원국에 보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지역에서 파견한 탱크와 전투차량 및 군수품들이 폴란드까지 집결해 우크라이나로 보내지는데 최대 45일이상 걸렸다고 전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각국마다 철도 레일 규격 및 철도 차량 크기, 견딜 수 있는 용량이 모두 달라 물자 이동시 열차를 자주 바꿔야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각국마다 무기 수송에 대한 통관 승인절차가 다른 것도 수송기간을 크게 늘렸다고 EDA는 밝혔다. EU 회원국의 위험물 수송규정에 군용물자 수송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빠른 수송을 위해서는 매번 별도의 임시협정을 맺어야하다보니 속도가 더 느려졌다는 것이다.
현재 수송속도로는 주로 평지인 동유럽 지역에서 유사시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진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도 해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군사 솅겐(Military Schengen)'이라 불리는 군사이동성 강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EU 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인 솅겐조약에서 이름을 따왔다. 2028년부터 2034년까지 철도, 항만, 도로 등 핵심 방위 인프라 개선과 각국의 규제승인을 통폐합해 수송기간을 45일에서 3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판 '스타링크' 구축·군용 IT망 정비 …美 나토 탈퇴 대비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럽 독자적인 위성 인터넷 통신망 구축도 시도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위성 제작업체 OHB가 독일 정부의 군사용 위성 통신망 사업 공동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독일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위성통신망 사업은 '분데스베어(독일연방군)판 스타링크'라고 부르고 있다"며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군사 역량을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군사우주 기술 확보에 350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도 공동 위성 통신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에어버스와 프랑스의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이 위성 제조 및 서비스 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3사는 통합 법인을 향후 구축해 스타링크와 같은 대규모 위성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의 유용성이 확인되면서 위성통신망 구축도 주요 방산 인프라 투자로 분류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시스템은 9000여개에 달하는 위성을 통해 우주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통신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통신망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IT 인프라 현대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벨기에 통신업체 프록시무스와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는 나토의 핵심 IT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공동 수주했다고 밝혔다. 탈레스는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프록시무스는 네덜란드 헤이그와 벨기에 브레인 랄뢰드에 위치한 NATO 시설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군용 IT 인프라의 현대화는 러시아의 사이버 위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동맹국 간 안전한 정보 공유와 통신 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EU 회원국간 의견일치가 숙제…예산안 두고 힘겨루기 지속
다만 EU회원국들간 의견일치와 나토와의 합의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계획인만큼 예산문제를 둘러싸고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에 어려움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EU는 2028년부터 2034년까지 176억유로를 투입해 EU 전역에 군사 이동력 구역을 창설하고 군용물자 수송을 원활히 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군사 솅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EU는 해당 합의를 내년 말까지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지만,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면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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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EU 회원국들간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BBC는 "나토에서는 EU가 군사 이동력 프로젝트 등 방위 인프라에 더 많은 입법 권한과 자금을 배정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반대로 EU 내부에서는 나토가 고가의 군 장비 구입에만 집중하고, 그 장비를 다른 동맹 회원국에 수송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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