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현장 비용 처리 마무리
"이익률·ROE 개선 국면 진입"
주택공급 정책 '개발 우호 신호'
K원전 핵심 인프라로 부상
건설업계가 3년간의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반등 채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비사업 장이 열렸고,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폭증에 따른 원전 수주 소식이 잇따르는 추세다. 안정적인 내수 수익 기반에 글로벌 성장 동력이 맞물리면서 건설업 체질 개선과 가치 재평가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 사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를 건설업의 구조적인 반등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평가했다. 부실 정리 완료, 서울 정비사업, 글로벌 원전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면서 건설업 재평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3년간 부실 털기 '마침표'…수익성 개선 국면 진입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4일 1·29대책 관련 주택 사업지인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삼성동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는 51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강진형 기자
건설업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악성 현장의 원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부실을 털어냈다.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사고 수습을 시작으로 2023년 GS건설의 인천 검단 재시공 비용 반영, 2024년 현대건설의 대규모 충당금 설정 등이 이어졌다.
특히 대우건설이 작년 4분기 미분양 비용 5500억원과 해외 현장 손실 등 약 6700억원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업계 전반의 '빅배스(Big Bath·부실 자산 일시 상각)' 타임라인이 사실상 종료됐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비용 처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 이익률 개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정비사업, '공급자 우위' 개편…정부 '정책 신호' 마중물 투자
국내 시장은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건설사가 우위를 점하는 '공급자 우위(Seller's Market)'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올해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약 77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만 51조5000억원에 달한다. 5조원 규모 압구정 3구역을 비롯해 성수 1·2·4지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사업성이 보장된 핵심지에 물량이 집중된다.
자금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상위 대형 건설사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 대신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약 48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현대건설(약 10조5000억원)과 삼성물산(약 9조2000억원)이 전체의 41%를 가져갔다.
정부의 마중물 투자도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5개년 135만 가구 주택공급대책을 내놓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부지, 노원 태릉CC 등 대형 공공부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직접 개발사업에 나서면서 민간에도 용도 전환 등 개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대형 공공부지 개발이 인근 부지로의 연쇄 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와 정비구역 지정 요건 완화, 프로젝트 리츠 도입에 따른 현물출자 과세 이연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도 사업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AI가 견인한 글로벌 원전 수요…K원전 1140억달러 수주 확보
해외에서는 AI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원자력 발전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건설사는 미국이나 프랑스가 겪고 있는 공기 지연 및 비용 초과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서방 시장 진출이 제한적이다.
박 연구원은 "우리 건설사들은 압도적인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물리적 병목 구간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최종 수행자"라며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On Budget)' 능력과 미국·프랑스 대비 절반 수준인 시공 단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현재 대우건설이 참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비롯해 현대건설이 설계 계약을 체결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미국의 팰리세이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총 1140억달러(약 165조원) 규모 수주 파이프라인이 확보된 상태다.
박 연구원은 "기술이 혁명을 시작하지만, 인프라가 혁명을 완성한다"며 "물리적 병목 구간이 극심해지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건설에 대한 수요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장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I 혁명의 실체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서 건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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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는 변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해외 프로젝트 차질 가능성 등을 변수로 꼽는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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