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이 암호화폐 몰락 앞당겨"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월가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이라고도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종말을 경고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루비니 교수는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다가오는 암호화폐 종말'(The Coming Crypto Apocalypse)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암호화폐는 점진적으로 진화하겠지만,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약속한 혁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붕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금값이 60%나 오르는 동안 비트코인 가치는 연간 6%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아닌 위험을 증폭시키는 가짜 자산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몰락의 핵심 원인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라고 꼬집었다. 지니어스법은 암호화폐 발행 시 현금이나 국채 등 담보 자산을 일대일 비율로 예치하도록 규정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나왔다. 하지만 결국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루비니 교수는 이를 두고 1800년대 미국 민간은행들이 무분별하게 화폐를 발행했다가 연쇄 부도를 맞았던 '자유 은행 시대'에 비유했다.
그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과 업계의 부패한 로비가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이 중앙은행의 예금 보험 혜택 없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자산 취약성이 드러날 경우 대규모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루비니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위기 징후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필스'는 비트코인 가치 급락 여파로 고객의 예치 및 출금을 전격 중단했다. 블록필스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611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하는 대형 업체로, 이번 조처가 2022년 '암호화폐 겨울' 당시의 연쇄 파산 사태를 재연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 산업의 구조적 결함과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암호화폐 산업이 근본적으로 취약하고 연쇄적인 파산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 당국의 보다 강력한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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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이 7만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루비니 교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각국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 늦기 전에 암호화폐가 가진 구조적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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