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속도를 늦추는 '몇 가지 이유'
한국도로공사가 주목한 이색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미식·체험으로 진화한 고속도로 쉼터
고속도로를 오래 달리다 보면, 휴게소는 목적지가 아니라 타이밍이 된다. 언제 멈출지, 얼마나 쉬었다 갈지. 예전에는 화장실과 커피가 그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조금 다르다. 어디서 내려야 풍경이 트이고, 어디서 먹어야 속이 편안해지는지까지 생각하게 된다. 길 위의 선택지가 달라진 셈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전망이 뛰어난 휴게소를 따로 추천하고, 직접 주최한 음식 경진대회에서 대표 메뉴를 뽑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휴게소가 더 이상 비슷비슷한 중간 지점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유로 기억되는 장소가 됐다는 뜻이다. 설 연휴의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가 여행의 리듬을 바꾸는 몇 안 되는 선택지가 된다.
풍경 때문에 차를 세우게 되는 곳
금강휴게소
금강휴게소에 도착하면 먼저 창을 찾게 된다. 차에서 바로 내리기보다, 강이 보이는 방향부터 확인한다. 금강유원지를 끼고 흐르는 물길과 그 너머 산세가 시선을 붙든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끝내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 사람들이 보인다.
1971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문을 연 휴게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휴게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서의 쉼은 기능이 아니라 풍경에 가깝다. 잠깐 멈췄는데, 시간이 느려진다.
현풍휴게소
현풍휴게소는 시야가 갑자기 트이는 지점에 있다. 달리던 길이 열리고, 차를 세우자마자 몸이 먼저 풀린다. 낮에는 주변 풍경이 넓게 펼쳐지고, 해가 기울면 조명이 공간의 결을 바꾼다. 휴게소와 이어진 동산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인근 마을의 당산나무로 불려온 나무다.
그 아래에는 작은 도서관과 느린 우체통, 소망등이 놓여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오래된 나무의 윤곽이 드러난다. 잠깐 쉬러 내려왔다가, 생각보다 발걸음이 늦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다. 커피보다 먼저 한 바퀴 걷는다. 전망이 좋다는 말보다, 숨이 고르게 돌아오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산청휴게소
산청휴게소는 조용하다. 대신 주변 자연이 또렷하다.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산청휴게소에는 '효드림'이라 불리는 작은 공원이 있다. 부모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공원 한쪽에는 거북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멈춰 선다. 바위를 보고 조용히 소원을 비는 이들도 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경호강이 아래로 펼쳐진다. 휴게소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다.
휴게소, 어디까지 변했을까
최근 휴게소는 머무는 방식부터 달라지고 있다. 세종포천선의 고삼호수휴게소는 규모부터 다르다. 2026년 2월 문을 연 이 휴게소는 부지 면적 18만6,000㎡로, 현재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삼각형 외관과 백화점을 닮은 내부 구조, 38개 점포가 들어섰다. 쉬는 곳이라기보다, 잠시 들르는 하나의 대형 편의 시설에 가깝다.
추풍령휴게소는 방향이 다르다. 2024년 리모델링 이후 짚코스터와 어드벤처 시설, 숲속 놀이터를 갖춘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를 태운 차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덕평자연휴게소의 '별빛정원 우주'는 밤에 완성된다. 조명으로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휴게소라는 생각보다 야간 공원에 가깝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1970년대 복고풍으로 꾸며진 공간은 사진을 찍지 않고 지나치기 어렵다.
신탄진휴게소와 매송휴게소에는 교통사고 체험관이 들어섰다. 체험관은 약 8평 규모의 컨테이너를 개량해 조성됐다. 체험관 내부는 실제 사고 장면이 담긴 사진 자료 100여점과 폐쇄회로(CC)TV 영상 40여건 등으로 구성됐다. 졸음운전과 2차 사고를 체험하며, 다시 운전대를 잡기 전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먹기 위해 들르는 휴게소
칠곡휴게소 (부산 방향)
칠곡휴게소에서는 메뉴판 앞에 서는 시간이 길다. 대표 메뉴는 왜관 수제 소시지 부대찌개지만, 시선을 붙드는 건 따로 있다. 식빵 사이에 돈가스와 치즈를 넣은 '치즈시내소'. 사진을 찍지 않기가 더 어렵다.
주먹만 한 '점보호두과자'도 빠지지 않는다. 간식 하나로 이 휴게소를 기억하게 만든다. 이곳은 쉬러 들렀다기보다, 먹으러 들렀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보성녹차휴게소 (영암 방향)
보성녹차휴게소에서는 메뉴를 고르는 일이 곧 지역을 고르는 일이다. 녹차떡갈비, 녹차비빔밥, 녹차 음료. 녹차가 빠진 메뉴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단연 꼬막비빔밥이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보성을 '지나는 방식'이다. 잠깐이지만, 지역의 맛이 분명하게 남는다. 휴게소 식당이 아니라, 잠시 빌린 보성의 식탁 같다.
음성휴게소 (하남 방향)
음성휴게소의 '이정동 묵밥'은 속도를 낮춘다. 전통 묵밥과 채 묵밥, 임자탕. 들깨 향이 은근하게 퍼지고, 국물은 자극이 없다. 휴게소 음식 경진대회 우수상을 받은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이 메뉴는 빨리 먹고 떠나기 어렵다. 천천히 먹게 되고, 먹고 나서도 몸이 편하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만나는, 뜻밖의 한 그릇이다.
요즘 휴게소는 더 이상 어디서나 같은 곳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떤 곳은 풍경이 먼저 떠오르고, 어떤 곳은 음식이, 어떤 곳은 잠깐 머물렀던 장면이 남는다. 그래서 차를 세우는 이유도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 뜨는 뉴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길이지만, 길이 막히는 날에는 오히려 휴게소 쪽으로 시선이 간다. 잠깐 내려 숨을 고르고, 괜히 한 바퀴 걷고, 원래 생각보다 조금 늦게 다시 출발한다. 그 정도의 여유가 길 위에 남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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