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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의 미래③]"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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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2분만에 끝났는데 약 배송은 불가
의료법 개정안 따라 '배송 사각지대' 발생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거대한 변화 앞에서 비대면진료가 바꿀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진정한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다.
[비대면진료의 미래③]"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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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미정(가명·45) 씨는 콧물과 재채기에 시달리는 자녀를 병원에 데려갈 시간이 없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비대면진료를 신청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 앱에 접속해 이용자 후기를 검색한 뒤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진료를 접수했더니 2분 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의사는 아이의 증상이 며칠이나 됐는지, 주로 어떨 때 콧물이 많이 나는지, 목이 아프거나 열이 나지는 않는지 물은 뒤 1분 만에 알레르기 비염약 5일치를 처방했다.


하지만 퇴근길 약을 받는 과정은 험난했다. 집 근처 A약국으로 처방전을 접수했으나 이내 '약국 재선택 요청'이 왔다. 또 다른 B약국에 처방전을 접수했으나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다행히 세 번째로 시도한 C약국이 '동일 성분의 다른 제약사 약으로 조제한다'고 안내하고 처방전을 받아줬다. 왜 처방전을 접수하지 않았는지 묻자 A약국은 "해당 약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했고, B약국은 "그 시간대에 약국을 방문한 손님이 많아 추가 처방전을 처리할 여력이 없었다"고 답했다. 박씨는 "진료는 편해졌는데 약을 구하는 건 여전히 환자의 몫"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에 사는 김수희(가명·38) 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통해 의사를 만난다. 지체장애 2급(뇌성마비)인 그녀는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다리 통증 때문에 진통제가 자주 필요한데다 얼마 전부터는 고혈압 약도 복용하기 시작했다.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울 때는 넘어지면 오히려 크게 다칠 위험도 있어 비대면진료가 안전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진료를 신청하고 의사에게 전화 진료를 받은 뒤 발급받은 처방전을 가까운 약국에 보내면,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통해 약이 집으로 배달된다.


김씨는 "비대면진료도 주로 이용하는 의원이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거나 해당 병원이 예약을 받지 않을 땐 앱 이용 후기 등을 참고해 새로운 내과나 정형외과를 선택해 진료받는다"며 "약은 비대면진료 처방전을 받아주는 약국 중 집에서 가까운 곳을 지정하고 배송비 8000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약 배송 서비스를 받기 위해 사전에 플랫폼을 통해 중증장애인등록증을 제출했다.


비대면진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현장에선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료의 편의성은 높아진 반면, 환자들의 요구가 가장 높았던 '약 배송'은 여전히 법이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의 미래③]"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박미정씨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해 자녀의 처방전을 접수했으나 약국 두 곳이 연달아 처방을 거절하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약국 재선택 요청'이 왔다.

현재 비대면진료 후 약 수령은 본인이 직접 약국을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박 씨의 사례처럼 약국이 조제를 거부하거나 처방 약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를 받고도 문 연 약국을 찾지 못해 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부터 약 복용까지가 하나의 치료 과정인데, 배송이 막히니 사용자(환자) 입장에선 비대면진료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씨처럼 약 배송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리는 이들도 있다. 개정된 의료법엔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서만 약 배송을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육아기 부모 등 대다수 이용자는 여전히 배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성패는 '약 배송 전면 확대'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진료를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물리적 거리나 거동의 불편함 때문인데 약을 받으러 약국까지 나가야 한다면 이를 비대면진료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37.7%가 의약품 배송 허용을 시급한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의 반발이 거세다. 약사회는 "배송 과정에서 약의 변질이나 분실, 오남용,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대면 복약지도가 생략되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플랫폼업계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며 "국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애인인 김씨의 경우에도 동네의원이 아닌 종합병원을 이용할 땐 대면진료만 가능하다. 장애 특성상 재활의학과에서 영상 촬영 등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고, 극심한 통증이 올 때 써야 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상급병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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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한적이나마 약 배송 제도의 세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간극이 커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올해 말 비대면진료 본사업을 시행하면서 약 배송의 효과와 배송 불가로 인한 한계를 검증한 뒤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의 미래③]"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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