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파·렘수면 균형이 뇌·정서 좌우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교정이 관건
잠을 설친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분까지 처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눈을 떠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돼 일상이 됐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길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은 방치할수록 만성화되기 쉬워 원인 점검과 생활 습관 교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면은 단계마다 기능이 다르다. 초기 깊은 수면인 서파수면은 뇌나 몸의 회복, 면역강화, 노폐물 제거 등 생리적 회복에 도움을 준다. 얕은 수면인 렘(REM)수면은 감정 조절과 기억·학습의 공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두 단계의 균형이 깨지면 뇌 건강과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불면증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취약성 요인, 촉발 요인, 지속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보다 여성에서, 가족력이 있거나 불안·우울 등 심리적 취약성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다. 여기에 심한 스트레스, 급성 질환, 통증 등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계기가 돼 불면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후 졸리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래 머무르거나, 침대에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습관, '오늘은 꼭 자야 한다'는 과도한 걱정, 과도한 낮잠 등이 불면을 만성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수면은 온·습도, 빛 등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윤지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신경과적 측면에서 불면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중추신경계의 수면-각성 조절 기전 이상"이라며 "뇌가 잠들어야 할 때 각성 신호가 차단돼 깊은 수면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불면증에서는 각성 신호가 과도하게 유지돼 수면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면제는 적절히 활용…생활 습관 개선 중요"
치료에서는 약물보다 인지행동치료가 우선 권고된다. 자극조절요법은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고,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서 나와 수면과 부적절하게 연결된 행동을 끊는 방법이다. 수면제한요법은 실제 잠드는 시간에 맞춰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조정해 수면 효율을 높인다. 복식호흡이나 점진적 근육 이완 등을 통해 신체적 긴장을 낮추는 이완훈련 방식도 있다.
수면제 사용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수면제는 꼭 필요할 때 적정 용량을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기간·고용량 복용 시 인지 기능 저하와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여러 종류를 병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수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이 줄고 수면이 쉽게 끊기는 경향이 있다. 수면 각성 리듬을 조절하는 신호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감소한다. 호흡기·심혈관계 질환 등 기저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야간뇨, 약물 복용 등이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단순히 수면제에 의존하기보다 동반 질환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은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상 시간이 흔들리면 생체시계가 불안정해져 밤의 입면 시간에도 영향을 준다. 낮 동안 가벼운 운동과 햇볕 쬐기는 수면-각성 리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고 늦은 오후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저녁 이후 카페인 섭취와 과도한 음주, 취침 전 스마트폰·TV 등 강한 빛 자극도 줄여야 한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게 유지하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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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수면장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혈관질환, 대사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라며 "나이 탓으로 방치하기보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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