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국회 계류 속 우리 정부 실무단 미국행
일본과 '실행 속도' 비교 부담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하며 실행에 들어가자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에도 비교 부담이 커지고 있다.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확정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실무단을 미국에 보내 사전 협의에 착수했지만, 입법 공백과 실제 집행 일정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해 투자 후보 사업과 추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별법 제정 이전이라도 행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후보 사업을 압축하고, 미국 측과 기본 틀을 맞춰두겠다는 취지다. 법 통과 직후 곧바로 집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선(先) 정지 작업' 성격이 짙다.
정부가 서두르는 배경에는 일본의 행보가 자리한다. 일본은 미국과 약속한 대규모 투자 계획 가운데 첫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하며 상징적 출발을 끊었다. 단순한 투자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 사업과 금액, 지역까지 명시된 '실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대내외적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정부로서도 동맹국과의 투자 합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대미 투자를 추진할 법적·재정적 구조가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기금 설치, 세부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단 우리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사실상의 임시 컨트롤타워로 활용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 전까지는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후보 사업을 사전 검토하고, 미국 측과의 실무 협의를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통상 라인과 산업·재정 라인이 동시에 움직이며 '입법과 협상'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투자 대상 분야로는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핵심광물, 의약품,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이 거론된다. 특히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감안할 때 전력망·발전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가 '1호 사업'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이 에너지 분야를 첫 카드로 선택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속도다. 미국이 관세 정책과 투자를 사실상 연계해 관리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계속 지연될 경우 통상 협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측은 동맹국의 투자 약속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압박 수위를 조절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이미 프로젝트를 확정하며 실행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는 한층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일본과의 '속도 차'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 진전이 더딜 경우, 미국 측이 관세 조정 논의에서 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압박 수위를 높일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속도와 함께 실효성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3500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이 단기간에 집행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재원 조달 방식과 민관 역할 분담, 수익성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상징성 있는 1호 사업'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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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간 합의된 투자 방향은 변함이 없으며, 특별법 제정과 병행해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일정에 맞춰 구체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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