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아이의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의 선택과 결정을 대신해주는 일명 헬리콥터맘이란 말이 등장한 지 오래다. 아이의 대학입시는 물론 취업과 퇴사에도 직접 관여하는 모습이 흔치 않다. 대학교 성적과 관련해 교수와 직접 통화하고, 퇴사 때 사직서를 대신 제출해주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맑게 자랐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자기주도성과 독립성은 침해되고 타인에게 과도하게 기대거나 쉽게 분노하는 상태가 되기 쉽다. 심리적 성장이 멈춰버린 상태, 인지심리학자와 소아정신과 의사인 두 저자는 그런 맥락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정서적 비만인 자녀는 애착 과잉의 부모가 낳습니다. 애착 과잉은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에게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보호하려는 태도를 말하는데, 자녀의 행동, 감정, 선택에 일일이 간섭하거나 대신 결정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이처럼 애착 과잉을 보이는 부모님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서적 비만 상태에 있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어느 정도 금지하고 받아주지 않는 경계를 설정해야 하는데, 무제한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려고 해요. 발달 단계에서 보면 이미 멈췄어야 하는 정서적 영양 공급이 너무 늦은 시기까지 이어 지면서 아이는 정서적 비만 상태가 되고, 점점 개인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것이죠. 문제는 애착 과잉은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을 경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29~30쪽>
부모의 과한 칭찬이 아이를 나르시시즘에 빠뜨린다는 흥미로운 연구로 학계의 눈길을 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에디 브루멜만(Eddie Brummelman) 교수는 "너는 다른 사람보다 잘해."라는 식의 비교 중심의 칭찬을 자주 듣게 되면, 자신의 우월함을 유지하기 위해 남을 깎아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너의 이러한 점이 정말 좋아."처럼 그 사람만의 강점에 초점을 맞춘 인정을 받으면,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고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교 중심의 칭찬이 반복되면 서로를 밀어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협력이 쌓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아는 공동체는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함께 더 멀리 나아가게 되죠. <198~199쪽>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지지할 수 있을 때, 타인에게도 훨씬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피터슨(Christopher Peterson)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남의 실수에도 관대하고, 갈등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내가 나에게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미소 지을 여유가 생기는 거죠. 결국 좋은 관계는 '내가 나를 괜찮다고 느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70쪽>
적절한 좌절 | 김경일·류한욱 지음 | 저녁달 | 296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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