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황청 연감에 출생일 변경
만 80세 미만 추기경에 투표권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이틀째 진행 중인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 일부 추기경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나이를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메르쿠어와 종교전문지 키르헤운트레벤에 따르면 이러한 의혹에 연루된 추기경은 보르키나파소의 필리프 우에드라오고 추기경과 케냐의 존 은주에 추기경이다. 교황 투표권은 교황 자리가 공석이 되기 전날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그런데 이들 추기경은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전 미리 생년월일을 바꿨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교황청 연감에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이 태어난 날짜는 1945년 1월25일이라고 나와 있었으나, 2025년 판에는 1945년 12월31일로 바뀌었다. 1944년생으로 알려졌던 은주에 추기경은 돌연 1946년 1월1일생이 됐다. 생년월일이 바뀐 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날인 올해 4월20일 기준 만 79세로 아슬아슬하게 투표권을 얻었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태어난 마을에 학교도 병원도 없었다. 집에서 태어났고 출생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출생일을 1973년 사제 서품 당시 1945년 1월25일로 선택했다고 밝혔으나, 최근 뒤로 미뤄 바꾼 이유는 해명하지 않았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바티칸에 신분증 서류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으나 동성애와 이혼에 반대하는 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아프리카에서 생일은 의미가 없고 사회생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태어난 날짜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 정부가 12월31일로 정해주는 게 일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메르쿠어는 "무엇이 진실인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고 했다.
은주에 추기경은 이번 투표에 불참했다. 언론은 그가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건강 문제 때문은 분명 아니다"라며 "교황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황청은 "콘클라베에 초청장은 필요 없다"면서 "은주에 추기경이 불참하는 이유는 나이가 아니라 건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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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7일 오후 바티칸에서 시작됐다. 투표권을 가진 전 세계 추기경은 모두 135명이지만, 은주에 추기경과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니사레스 요베라 추기경 2명은 불참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때까지 계속된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나온다. 첫날엔 투표가 한 차례였지만, 둘째 날부터는 하루 네 번의 투표가 이뤄져 교황 선출 가능성이 보다 커진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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