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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세상의 많은 승리자는 한때 꼴지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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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2등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

[라이벌]세상의 많은 승리자는 한때 꼴지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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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유재석도 10년 무명 끝에 전국민이 아는 국민MC가 됐잖아
-1등 기업 삼성도 처음에 시작할땐 미국·일본기술보다 27년이나 뒤쳤었어

지민아, 아빠다.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라면서? 아빠 출근할 때까지도 늘어져 자고 있는 널 보니 월요일부터 가슴 한 편이 답답해지더구나.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던데 그 성적을 받고 12시까지 잠이 오냐? 올해는 중1이니까 봐줄게. 내년에는 중2니까 아빠도 섣불리 너한테 간섭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야) 이것만 알아줘. 지금 네 학원비로 한 달에 80만원, 수학ㆍ영어 과외비로 50만원씩 100만원 해서 너희들 교육비로만 아빠 월급이 공중 분해되고 있다는 거. 하우스푸어에 에듀푸어까지…. 엄마아빠 노후를 부탁한다.

아들아, 아빠가 이렇게 말은 하지만 너의 무한한 가능성까지 평가절하하진 않는단다. 학창시절 꼴찌가 인생의 낙오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조지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학창시절에는 C학점 투성이었단다. 지난달 텍사스 주 댈러스에 있는 남부감리교대(SMU)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 생각나는구나. 2000명이 넘는 졸업생들 앞에서 그가 한 말이 뭐였는지 아니? "나 같은 C학점짜리 학생도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부시는 예일대를 나왔는데 공부를 썩 잘한 건 아닌 모양이야. 당시 C학점 졸업생이었지만 나중에는 결국 A학점을 받았던 다른 경쟁자들을 앞서게 된 셈이지.


'토크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도 빼놓을 수 없어. 농촌의 가난한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어린시절이 몹시 비참했었지. 9살 때 삼촌과 집안 어른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14세 때 임신했었어. 그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지. 자살도 수도 없이 생각했대. 그렇지만 지금 봐봐.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2위, 흑인 여성 갑부 2위(2조9000억달러)야. 죽음 대신 진학을 했고 많은 책을 읽으며 좌절을 극복했지. 그러다가 1980년대 TV프로 'AM시카고'를 진행하면서 인생이 역전됐어. 1년만에 이 프로그램 이름이 '오프라 윈프리쇼'로 바뀐거지. 이후 25년동안 윈프리는 세계 140여개국에서 시청자들과 교감했어. 이렇게 대단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에 사람들은 그녀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해. 그녀 자신이 인생의 바닥을 경험해봤기에 그 누구를 인터뷰하든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생긴 거라고. 토크쇼를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지. '집단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네가 좋아하는 유재석도 마찬가지야. 개그맨 시험에 붙고 10년간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넌 안된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하더라. "연예인이라면서 왜 TV에 안 나오냐"는 말부터 해서 "넌 C급이야"라는 말까지 들었대. 마땅한 벌이가 없었던 시절에는 수중에 1000원 밖에 없어 주유소에서 1000원어치만 기름을 넣고 창피했던 적도 있었고. 그래도 지금은 겸손함이 몸에 밴,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이 되지 않았니?


기업도 마찬가지야. 삼성도 처음부터 1등 기업은 아니었어. 삼성전자는 1968년에서야 전자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 당시 금성이 꽉 쥐고 있을 때였어. 모두가 '되겠냐'고 의문을 던졌지. 1974년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서 한국반도체를 인수할 때도 반응은 같았어. 반도체산업은 일본과 미국이 27년이나 앞서서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모하다고들 말했단다. '3년 안에 망한다'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반도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거냐'는 식의 빈정거림도 있었지. 그렇지만 1983년 64K D램을 시작으로 92년 64M D램 개발로 일본 추월, 94년 256M D램, 96년 1GB D램 등 세계 최초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지. 결국 삼성은 모두가 안 된다던 그 반도체로 세계 1위 기업이 된 거야.


요즘은 아빠가 일하는 철강쪽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듯해. "향후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ㆍ동부제철 4강 구도에서 포스코ㆍ현대제철ㆍ세아그룹의 2강1중 구도로 바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세아그룹은 1960년대 부산파이프로 강관사업을 시작한 곳인데 최근 이곳이 철강업계 3위인 동국제강(연결기준 6조685억원)을 누르고 매출 7조9226억원, 영업이익은 5398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거든. 타철강업체들이 '일관제철소'의 헛된 꿈을 품다가 하나둘씩 쓰러질 때 묵묵히 '강관' 본연의 업무만 지켜낸 덕이야. '싸구려, 저가 철강제품'을 다룬다고 괄시받던 작은 파이프업체가 재계 40위로 우뚝 선 것이지. 선재, 강관 등은 저가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선두업체 사이에서는 "구멍가게에서나 하는 사업인데 뭐 그런 것까지 하냐"고 비아냥댔지만 지금은 "그런 거라도 할 걸…."이라는 후회로 바뀌었단다.


아들아, 영원한 꼴찌는 없는 법. 세상의 모든 승자들은 항상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비록 네가 아빠 기대만큼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꼭 공부만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겠냐. 아빠는 항상 네 편이라는 거 잊지 마! 사랑한다, 아들내미!


<추신>그래도 인마, 36명 중에 35등이 뭐냐. 머리를 엄마 닮아서 그런가보다. 아빠는 공부 잘했다!!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50명 중 48등 했던 아빠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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