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일본이 일제시대 강제징용 사실을 국제사회에서 처음 인정했다.
일본은 5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포메이션(정보) 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등재 자체가 거부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과거 조선인들의 강제징용 사실을 최초로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WHC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적인 근대산업시설 23개를 세계유산으로 최종 결정하면서 이같은 일본의 후속조치를 WHC 토의 요록에 포함시키고 등재 결정문에 주석 형태로 포함시켰다.
WHC는 또 일본의 이런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하는 메커니즘도 마련했다. 즉, 일본은 2017년 12월까지 WHC에 후속조치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하고 2018년 제42차 WHC회의에서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일본의 후속조치 이행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23개중에는 이른바 '지옥섬'이라 불리는 군함도(하시마 탄광) 등 7개 지역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자행됐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산업혁명 시설만을 부각하고 강제징용 등 부정적 역사를 외면하는 데 대해 전체 역사(full history)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WHC 위원국을 상대로 우리측 입장을 개별 설득함과 함께 일본과 양자협의를 통해 이를 조율해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 독일, 크로아티아 등 WHC 위원국을 연쇄 방문해 우리 입장을 적극 설득하는 한편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WHC 위원국들은 같은 위원국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로 WHC가 정치쟁점화 되는 데 대해 부담을 갖고 있어 한일 양자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유도했다. 애초 이 문제는 4일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한일 양국의 협상이 막판까지 첨예하게 진행됨에따라 WHC는 최종 회의를 하루 미뤘다.
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적 노력으로 우리의 정당한 우려가 충실히 반영됐다"며 "한일이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시대를 대표하는 유산 8곳을 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는 4일 WHC에서 우리나라의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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