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한국과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동의 현장인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5일 최종 협상을 벌인다.
일본 산업시설에 대한 등재 심사는 현지시간 이날 오후 3시, 한국 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10시께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전날인 4일 오후 세션에서 등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었지만 심사가 임박해서도 한일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협상 시간을 하루 늘렸다. 의장국 독일은 위원국 간 협의와 의장단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심사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를 두고 양국의 견해차가 계속돼 양측은 최종 합의점을 찾고자 어느 때보다 치열한 교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강제노동과 관련해 언급할 내용의 수위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산업유산 등재 결정문에 각주(footnote)를 다는 방식으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언급한다는 데 대체로 합의했지만 '강제노동'이라는 표현 자체가 직접 들어가는지를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사안의 핵심인 조선인 노동의 성격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의 이번 회의에서 미리 정해진 순서가 변경돼 한국이 추진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먼저 등재되면서 일본은 초조함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정면 충돌 형태인 '표 대결'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양국이 갖고 있고 나머지 19개 위원국도 합의를 통한 해결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5일 오후 열릴 심사 때까지 한국과 일본이 합의하지 못하면 의장국인 독일이 표결 대신 내년 이후로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일본 정부가 등재를 신청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 8개 현 11개 시에 있는 총 23개 시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와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7곳에 조선인 약 5만8000명이 징용돼 강제로 노역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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