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당 정부 담배소비세 12.5% 인상 추진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지금도 비싼 담배 값을 더 올리려고 하고 있다. 담배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올려 국민 건강을 챙기고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담배 소비세가 더 부과되면 호주 흡연자들은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담배를 피우게 될 수 있다.
케빈 러드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최근 국민 건강과 재정건전성을 잡기 위해 담배에 매기는 소비세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보웬 재무부 장관은 “소비세를 더 부과하는 정책은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조기 사망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담배 소비세 인상을 통해 앞으로 4년 동안 53억 호주달러(한화 약 5조3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를 통해 현재 200억 호주달러(한화 약 20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줄일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2016년까지 담배 소비세를 12.5%까지 올릴 예정이다. 현재 호주의 담배 가격은 20개비 들이 한 값에 12~18호주달러(약 1만2000~1만8000원) 수준이고 세금이 70%를 차지한다. 세금이 오르면 호주 담배 가격은 1호주달러 넘게 인상된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세계폐(肺)재단이 운영하는 타바코 아틀라스(tabaccoatlas.org)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 담배는 한 갑에 평균 12.1달러로, 노르웨이의 15.1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비쌌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10.9달러선이었고, 캐나다는 10.5달러로 세계에서 다섯째로 담배 값이 비쌌다. 담배 소비세가 인상되면 노르웨이 담배보다 비싼 호주 담배가 나올 수 있다.
호주 노동당 정부는 2007년 집권 이래 강력한 흡연 억제 정책을 펴왔다. 지난 6년 동안 담배 소비세를 두 배로 올렸고,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담배 포장을 단일화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포장에 회사 로고와 이미지가 없고 대신 흡연 피해 사진이 들어있다. 담배 이름은 같은 위치에 일정한 크기로만 표기된다. 뉴질랜드 정부도 같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연합의 토니 애보트 대표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담배 소비세 인상 정책을 마련했다. 선거에서 담배 죄악세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담배 가격 인상으로 노동당을 지지하는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늙고 가난한 300여만 호주 흡연자들이 정부의 재정운영 실패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할 판”이라고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의 호주 대변인 스코트 매킨타이어가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매킨타이어는 “흡연자들은 선거 때까지 담배를 꺼낼 때마다 가격 인상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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