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존경하고 사랑하는 KB금융그룹 가족 여러분,
이제 여러분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눌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 최고의 금융기관인 KB금융그룹에서
회장으로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의 인생에서 고려대학교 총장과
KB금융그룹 수장의 자리가
언제나 빛나게 될 것입니다.
‘국제 경쟁력있는 KB’를 목표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은
저에겐 큰 행복이었습니다.
대과 없이 KB 회장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축복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국영업점에서 고객님들께 정성을 다하고 계시는
일선직원 여러분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한 분 한 분이 성실하고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2만 5천여 임직원 여러분께
마음속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떠나는 자리에 서 보니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되새겨 집니다.
취임 초기 어려웠던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분과 제가 하나가 되어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던 일이 어려웠지만,
참으로 보람됩니다.
인력구조 개선, 카드사 분사 및 증권?선물 통합,
그리고 전사적인 비용절감 운동까지
모두가 참 쉽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촌 선생의『공선사후』 정신으로
업무에 임하였습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여러분께서는
고통을 인내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그런 와중에 동료와 선후배를 떠나 보내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고맙고 또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인내가 계속되어야만
KB가 국제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못다 이룬 목표와 과제들은
앞으로도 차분하게, 여러분들이 선두에 서서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비록 욕심만큼 이루진 못했어도
여러분들 노력의 결과,
그룹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그룹차원의 리스크관리 역량도 한층 높아졌으며
경영의 투명성과 인사의 독립성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도 인사나 대출청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제 KB의 브랜드 파워는 금융기관 최고가 되었습니다.
이미지는 젊고 활기차게 바뀌었으며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민병덕 행장이나 최기의 사장 등
자회사 임직원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업적입니다.
제게 공이 있다면 모두 임직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룹의 지속성장 기반을 위한 사업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고, 경영지표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지난 3년 동안의 경영여건이
유례없는 위기상황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남아 있는 여러분들께 짐을 드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많은 숙제를 남기고 떠나지만
지난 3년간 저와 함께 경영을 맡아온
신임 임영록 회장에게 바통을 넘기게 되어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그 동안 우리 KB가족들이 보여준
저력과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이
오늘의 KB를 만들었듯이,
앞으로도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변화와 혁신을 이어간다면,
KB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금융그룹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KB의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최소한 아시아의 최고를 지향해야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KB가족 여러분,
그 동안 저도 학계와 정부 등에 몸 담으면서
수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지만,
막상 헤어질 시간이 되니
또 다시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이별은 여러 번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내성도 생기지 않는가 봅니다.
그러나
상월선사가 임종 때 언급하신,
"달이 진다고 하늘을 떠나지는 않는다(月落不離天)"
라는 노자의 말처럼,
지금은 여러분과 헤어지지만 마음만은
늘 곁에서 KB금융그룹을 응원하겠습니다.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터전이고
다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있기에
KB금융그룹의 내일은 밝고 희망에 찰 것이라 믿으며
이제는 저도 KB의 발전을 위해
한시도 벗을 수 없었던 마음의 짐을 벗고자 합니다.
그 동안 여러분과
열정과 보람,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영원한 KB맨"이라고
외치고 다니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3. 7. 11.
KB금융그룹 회장 어윤대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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