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KB금융지주가 회사채 발행 나흘을 앞두고 돌연 발행을 철회했다. 버냉키 후폭풍으로 조달비용이 급증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KB금융지주는 오는 28일 발행 예정이던 회사채 3500억원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KB금융지주는 3년물 1500억원, 5년물과 7년물 각각 1000억원 등 총3500억원 발행을 앞두고 지난 21일 수요예측 조사까지 실시한 터였다.
증권사와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수요 조사까지 실시한 발행사가 회사채를 철회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KB금융지주는 "금융시장 및 채권금리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사채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발행을 연기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20일 소위 '버냉키 쇼크'가 터지며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이튿날 수요조사를 실시한 KB금융지주는 직격타를 맞았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기관 투자자는 자금 집행에 부담을 느꼈고, KB금융지주 회사채는 3500억원 대부분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도 부담이다. KB금융지주가 속한 신용등급 'AAA' 무보증 회사채의 민평 금리는 지난 20일 이후 24일 현재까지 3거래일 동안 무려 41bp(1bp=0.01%포인트)나 급등했다. KB금융지주의 만기별 회사채에 금리 상승분을 일괄 적용할 경우 조달비용이 68억원가량 증가한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KDB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을 맡았다. KB금융지주는 대표주관사와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가 회사채를 취소키로 함에 따라 회사채로 확보하려 했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관건이다. 애초 KB금융지주는 3500억원 중 1666억원은 KB생명 지분 인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KB생명 유상증자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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