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뷰티·먹거리 전성시대
전문가들 "상승 흐름 이어질 것"
"문화적 우월성 접근은 지양해야"
영향력 지속 위한 정부·민간 원팀 강조
지난해 11월 말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주최로 베트남 하노이 OEG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한국게임주간'.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게임산업과 문화를 교류하기 위해 3년째 진행하는 이 행사에는 5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사흘간 열린 행사 중에는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크로스파이어 등 e스포츠 대회 세 종목의 예선과 결선도 있었다.
이 자리에 한국 e스포츠팀 DRX 소속으로 활약하는 레이지필(본명 쩐 바오 밍·Tran Bao Minh)도 자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참석했다. 현지 게임 팬들은 레이지필과의 토크쇼에서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묻고, 동경했던 스타를 만난 듯 사인과 기념촬영을 요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주최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5 한국게임주간' 행사에서 현지 게임 팬들이 자국 e스포츠 선수 레이지필(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베트남한국문화원 페이스북
레이지필은 한국 e스포츠 최상위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컵(LCK)에 참가하는 최초의 외국인 선수다. 박지성과 손흥민 등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를 누비듯, e스포츠 종주국인 우리나라 팀이 베트남에서 직접 발굴하고 영입한 유망주다. 그는 지난해 8월 한-베트남 정상 국빈 만찬에도 초청을 받는 등 양국을 잇는 상징적인 선수가 됐다.
최승진 베트남한국문화원장은 "레이지필의 영입 사례처럼 한류의 영향력이 지속되려면 우리 문화를 중점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넘어 쌍방향 교류가 필요하다"며 "대중문화 영역에서 상대국과 합작으로 양국 배우가 호흡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해 상호 문화를 녹여내고, 이를 접점으로 정부나 기업 간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등 양국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경험까지 화수분 한류…더 활성화될 것"
한류는 1997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됐다. 1999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한류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해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로 불붙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아이돌 그룹을 주축으로 하는 음악을 넘어 영화와 게임 등 콘텐츠 산업으로 번졌다. 이어 이들 콘텐츠에 등장하는 뷰티와 패션, 음식 등 한국인의 소비 패턴이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우리나라 생활양식 전반이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 세계 한류 팬(동호회원) 수는 최초로 2억명을 돌파해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로 진입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4 한류 생태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과 음악, 영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액은 2024년 기준 115억6900만 달러(약 17조원)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한류로 인한 수출액이 80억1800만 달러(약 12조원)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 수출액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식료품과 화장품, 패션, 자동차, 휴대전화 등 소비재와 관광 분야 수출액 전망치에서도 전체 1178억9000만 달러(약 173조원) 가운데 한류 효과로 인한 수출액이 약 6.1%인 71억6500만 달러(약 11조원)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한류로 인한 문화 콘텐츠, 소비재 및 관광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0.95%였는데, 10년 만에 이 비중이 1.82%로 늘었다.
산업계와 학계를 망라한 전문가들은 르네상스를 맞은 한류의 영향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재 한류가 최고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한복이나 갓이 한국 사람에게는 생경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가는 것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높게 형성됐다"고 짚었다.
정란수 프로젝트 수 대표(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도 "2010년대 이전에는 특정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였으나 유튜브가 활성화된 2015년 이후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을 기점으로 특정 영역이 아닌 일상 경험으로 한류가 확산하는 추세"라며 "현재도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앞으로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시선 접근"…K뷰티 과도한 물량 이미지 훼손 우려도
K콘텐츠 인기와 여기서 파생되는 한국 생활양식 전반에 대한 관심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이를 산업적인 성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국수주의를 경계하고, 현지 특성을 접목하는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정 대표는 "케데헌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 문화를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문화에 대한 우월성으로 접근하면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유정희 프랑스 K마트 푸드디자이너는 "현지 유통사에 납품하려는 식품 제조사들이 '한국에서 잘 팔리고, 미국에서도 좋아하면 해외 어디서나 통할 것'이라는 확신만 가지고 유럽이나 프랑스의 식품 관련 규제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원재료명이나 성분 구성, 알레르기 표기, 라벨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현지 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진 롯데백화점 하노이점 점장도 "태국의 유통 대기업인 센트럴 그룹이 인접 국가인 베트남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보고 백화점을 열었지만 기존 자국에서 운영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한국식 사업방식과 문화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안착하려면 해당 국가의 소비자 특성과 선호도를 유연하게 반영하는 현지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류 인기에 편승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델핀 에르베 투라 프랑스 사마리텐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K뷰티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최근 일부 제품군에서는 시장 수요를 상회하는 과도한 물량 공급이 감지되고 있다"며 "재고 관리에 실패할 경우 K뷰티의 강점으로 꼽히는 희소성과 기능성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도 일시적 유행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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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확산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도 필수다. 최 원장은 "현지 시장에 대한 투자는 민간이 주도하지만 사업을 위한 인허가나 관광객 유치 등의 인적 교류는 정부 차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이 부분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일열 세종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문화기관 간 원팀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단발성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적 뒷받침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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