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생 모리타 후미코씨
나가사키 원폭 피해 생존자
X에 관련 이야기 올리며 화제돼
전쟁 반대·비핵화 원칙 고수 요구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겠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다카이치 1강'에 주목하는 분위기와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트위터(옛 X)에서는 96세 할머니의 활동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1929년생 모리타 후미코 씨입니다.
모리타 씨는 "전쟁 가능한 일본은 안 된다"며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모리타 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모리타 씨는 '나는 90세입니다'라는 계정으로 X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계정을 만들 당시 나이가 90세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해마다 나이를 고쳐 지금은 '저는 96세입니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1945년 8월 9일 16세의 나이에 원자폭탄으로 부모님과 세 명의 남동생을 잃었습니다. 트라우마가 심해 오랫동안 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지내왔었다고 해요. 90세가 됐을 때 "내가 이때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한심하다"며 마음 한쪽에 묻어두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X에 올리기 시작합니다. 어르신이지만 온라인에서 쓰는 각종 용어에 익숙해, 게시물을 보면 2030 네티즌과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사람들의 반응이 줄어들면 '계정 동결(접속하지 않을 때 선언하는 말)하신 분들이 많은데, 다들 괜찮으신가요?'라고 올리거나 이모티콘, 이모지 사용에도 능숙하죠. 그렇게 모리타 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네티즌들이 늘어났고, 모리타 씨 계정 팔로워는 어느덧 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아 딸과 함께 '나 96세, 전쟁 반대'라는 책을 지난해 출간했는데요. 이 책에는 모리타 씨가 왜 그렇게 전쟁을 반대했는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원폭에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집에 남은 가족들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까만 덩어리로 남아있던 일, 이웃의 자랑이었던 의대생 오빠가 충격파에 척추가 부러져 '죽고 싶지 않다'만 외치다 끝내 목숨을 잃은 일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있는데요. 희생자들은 대부분 민간인이었죠.
그러나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는 모리타 씨의 염원과 다른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개헌 가능 의석수를 확보할 경우 '핵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화 3원칙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했죠. 전후 평화헌법 체제에 놓여있던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심지어 극우 진영에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땀을 흘려야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를 흘려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군국주의를 연상하는 발언도 유세 기간에 등장했습니다. 모리타 씨는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일을 사람들이 모르기에, 알려고 하지도 않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죠.
본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6일,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압승 전망을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X에서는 '엄마가 전쟁 멈춰올게(ママ??止めてくるわ)'라는 문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여기에 '아빠도 전쟁 멈춰올게', '아저씨도 전쟁 멈춰올게'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리타 씨도 이를 공유하며 연대했는데요.
그는 "비핵화 3원칙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며 "피폭국이 다시 핵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성립 가능한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80년간 유지돼 온 전후 평화 체제가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 사회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모리타 씨와 전쟁을 멈추겠다는 해시태그는 일본 안에도 또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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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일본이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96세 모리타 씨의 시간은 1945년에 멈춰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본은 지금 또 하나의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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