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00년 만기 채권' 발행 화제
올해 빅테크 투자규모 70% 증가 전망
경제 낙수효과냐 리스크냐 예측불허
최근 구글의 '100년 만기 채권 발행 ' 소식은 여러모로 화제였다. 100년 뒤까지 돈을 빌리겠다는 발상은, 그만큼 '우린 그만큼 오래 갈 회사'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가도 아닌 민간 기업이, 그것도 혁신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빅테크 기업이 이런 초장기 채권을 언급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움직임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긴 어렵다. 구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올해 들어 빅테크 전반에서 회사채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 기업이 시장에서 직접 빌리는 돈
빅테크는 왜 빚을 늘리고 있을까 : AI
iM증권은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빅테크, 정확히는 하이퍼스케일러(AI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들의 연간 차입 규모를 약 4000억 달러(약 585조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뚜렷한 증가다.
배경은 명확하다. AI 투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확대는 AI 관련 인프라 투자 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AI 운영에 필요한 설비 투자가 전방위적으로 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최대 18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을 예고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 전체의 AI 관련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100년 채권'의 메시지 : "우리는 100년 이상 갈 기업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글이 거론한 '100년 만기 채권'은 상징성이 크다. 초우량 국채를 제외하면, 민간 기업이 100년 만기의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모토로라가 1997년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유사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박 연구원은 "만약 빅테크 기업이 10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다면, 이는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시장이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유행이 아니라, 수십 년 단위의 투자 사이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 보통 신용 리스크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빚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 둔화나 투자 성과 부진 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빅테크 회사채 금리와 CDS 프리미엄(기업 부도 위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지표)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과거 신용 경색 국면과 비교하면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달러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만약 시장이 이를 AI 투자 과잉이나 신용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였다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달러 가치가 급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빅테크의 차입 확대를 위험 신호라기보다, 성장 국면에서의 자금 조달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의 빚, 연쇄 투자·낙수효과로 이어질까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빅테크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투자는 반도체, 서버, 장비, 전력 설비 등으로 연쇄적인 수요를 만들어낸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미국 투자 사이클의 모멘텀을 유지시키고,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박 연구원은 "AI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빅테크 AI 투자발 낙수 효과는 오히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낙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AI 투자의 성과가 기대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같은 빅테크라도 누군가는 생산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반면, 누군가는 비용 부담만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성과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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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확대는 분명 낯선 장면이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이를 경고음보다는 성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자금 조달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100년짜리 빚을 질 수 있다는 자신감의 정당성은, AI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장면은 결론이 아니라, 그 결과를 지켜보는 관찰의 구간에 가깝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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