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195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미국발 훈풍에도 코스피를 주저 앉힌 외국인의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되며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22일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미국·중국의 지표개선세가 뚜렷해 경기회복 신호가 강하게 나타날 경우 오는 7월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뱅가드펀드의 매도 물량을 상쇄시킬 정도의 수급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런 의미에서 전날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반등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최근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뱅가드펀드 관련 이슈는 외국인 매도 물량 중 일부를 차지하고는 있겠지만 전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뱅가드 펀드 관련 이슈가 지난 1월부터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월별로 유출과 유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외국인 매도가 3월 2주부터 시작됐다는 점에 미뤄 중국의 경기둔화 및 긴축에 대한 우려가 중국 경제 영향권에 있는 국내 및 대만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북한 정전협정 파기, 키프로스 사태와 같은 일련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일시적으로 확대된 상황도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뱅가드 이슈는 오는 7월까지는 계속해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상수로 봐야 한다. 전일 중국 PMI가 반등하면서 중국 제조업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 시켜주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였던 개별 이슈들도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거나, 극단적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매도세의 진정은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수급 부담 완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메리트 등을 고려할 때 반등 가능성은 있다. 단 외국인 순매수에 대한 기대가 제한적이며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있어 박스권 상단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 및 재정지출 확대 등의 대응정책이 필요하다.
당분간 코스피의 방향은 박스권 움직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95년 이후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때 이머징 증시가 횡보세를 나타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중소형주의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대형주가 막혀 있어 상대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정부의 정책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각각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업종들은 아직 사이즈가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상민·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론이 부각됨에 따라 엔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 이러한 우려는 다음달 3~4일 예정된 구로다 총재 주재의 첫 통화정책회의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의 우려 크기만큼 엔화 약세로 모두 반영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엔화 약세가 오히려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본다.
정책 공조를 위해 국채매입 계획이 앞당겨진다 해도 총자산 순증 규모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이 목표하고 있는 내년 자산 매입 순증분은 10조엔이다. 매월 13조엔의 자산매입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총자산 순증 규모는 1조엔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질적인 유동성 방출량이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일본은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가계자산(1510조엔)과 기업 금융자산(791조엔) 중 현금·예금 비중이 각각 56%, 27%에 달한다. 중앙은행에 재예치된 준비금 또한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행이 유동성 방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는 선에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오히려 우려 약화 또는 재료 노출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엔·달러 환율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총재 취임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일 금리 스프레드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스프레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00년대 미-일 국채 10년 금리 스프레드를 통해 추정해보면, 엔·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85.1엔이다. 상단은 86% 확률로 92엔, 97% 확률로 98엔이다. 최근 95~97엔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엔·달러 환율은 상위 3% 부근에 근접한 이례적 구간이다.
미-일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장기금리 컨센서스가 미리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빠른 상승이 전망되는 미국 장기금리를 고려하면 향후 엔·달러 환율은 92~98엔 구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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