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별로 이유는 제각각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복수노조 시행 첫날을 맞아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복수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대우증권의 경우 최근 증권업의 변화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증권업계를 둘러싼 변화의 회오리 바람이 강하다 보니 근로자들의 자기 보호 본능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과거 주식 위탁 매매위주(브로커리지)의 사업 형태가 투자은행, 자기매매, 자산관리 중심으로 변화하며 증권사 직원들의 입지가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대우증권은 임기영 사장 취임이후 체질 개선을 위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지점의 브로커리지 영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증권가에서는 자문형랩 돌풍이 일며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다. 대우증권은 자산관리에서 한발 앞서 나간 경쟁사들에 비해 처지는 모습이 확연했다.
임 사장은 업계 최다 수준인 지점 수를 정비하고 강남지역에 점포를 새로 투입했다. 자산관리 영업을 위해 영업직원이라는 명칭도 PB로 변경했다. 이과정에서 축소되는 지점과 영업본부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지점 직원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과거 주식 매매만 하던 직원들이 전혀 생소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영업을 한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이다.
기존 노조도 일부 지점 폐쇄 방침이 알려지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위에 나서며 저지에 나섰고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힘이 부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자칫 대우증권의 복수 노조가 본사인력과 지점인력간의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복수노조가 법으로 허용된 만큼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한장뿐인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 노조 모두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경우 대우증권의 변신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현재의 노조 내에 복수노조를 출범시켰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1일 "회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 안에 다른 노조가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그동안 영업지점 중심으로 사업을 확충해 본사와 영업점 직원들 간에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기존 노조와 이해를 달리하는 복수노조의 탄생이 예상됐다. 민 위원장은 "현재 노조와 성격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노조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또 다른 복수노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증권노조측은 SK증권도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문의가 왔었다"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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