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부과 위법 판결
트럼프, 즉각 전세계에 '10%' 새 관세 부과 예고
무역법 122조·무역확장법 232조·무역법 301조로 관세 압박 이어갈 듯
구윤철·김정관, 긴급 대책회의 개최
청와대, 21일 오후 관계부처 합동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각국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청와대를 포함해 관계부처가 신속하게 대응 방향 논의에 나섰다. 당장 주요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의 효력은 멈췄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대체 수단을 활용해 전 세계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더욱이 한국의 경우 미국의 상호관세와 연계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1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2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미 연방대법원 판결의 파장과 대미 통상 대응 방향을 점검한다. 회의에서는 판결로 무효화된 관세 범위와 '대체 관세'의 법적 근거, 발효 시점·적용 품목, 우리 수출·투자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쟁점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다고 6대 3으로 판단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IEEPA에 기반한 관세 종료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무역법 122조(Trade Act of 1974)를 근거로 최장 150일간 적용 가능한 10% '글로벌 관세' 부과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앞서 부과된 '상호관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IEEPA를 우회한 관세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불확실성은 되레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IEEPA 상호관세가 법적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에 부과됐던 상호관세(보도 기준 15%)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률(무역법 122조·무역확장법 232조·무역법 301조)로 관세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당국은 10% 글로벌 관세가 실제로 언제부터 어떤 품목에 적용되는지와 기존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가 유지되는지를 분리해 새로운 대미 수출 충격을 막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협상 레버리지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계부처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국내 산업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관계부처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정관 장관 주재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소관부서 국·과장, 주미·주일 대사관 상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판결의 영향과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김 장관은 "이번 판결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된 대미 수출 여건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특별법 일정' 유지…사법개혁 등 정치 일정이 변수
국회는 대체로 '대미투자특별법' 심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기류다. 대미투자특위는 24일 입법공청회를 열고, 특위 활동 기한(3월 9일) 내 쟁점 조율을 거쳐 3월 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공청회에서 이번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한미 통상 환경과 특별법의 필요성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 정부 입장도 함께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대미투자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한국의 대미 투자 취소 요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특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정부 간 투자를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이어서 이번 판결과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국혁신당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근거 없는 관세 압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트럼프가 예고한 추가 대안 조치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기업들이 정당성을 잃은 일방주의에 희생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정부와 국회는 대미투자특별법 추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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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추진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 일정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이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문제를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저지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 특위는 지난 12일 1차 전체 회의를 열었으나 민주당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관 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파행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23일 재정경제부 등 업무보고에서 관세 판결 후속 대응과 특별법의 재정·리스크 관리 방안을 집중 질의할 전망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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