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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시계아이콘03분 47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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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의 길]
Ⅱ.탈석탄 과정서 갈등 해소, 어떻게 가능했나
영국의 마지막 화력발전소 랫클리프 온 소어
끝까지 노동자 재취업 논의
주민들과 전환과정 사전협의에 충분한 시간 할애

편집자주산업혁명 발상지 영국은 2024년 가을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142년 석탄발전 역사를 마감했다. 프랑스는 2027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전체를 폐쇄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석탄 생산국 폴란드도 최근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탈석탄 정책이 일자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영국·프랑스·폴란드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탈석탄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전환의 성공 사례를 취재했다.

영국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이스트 미들랜즈 파크웨이 역에 도착한다. 열차가 플랫폼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유리창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냉각탑들이 열을 맞춰 서 있는 모습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한다. 지난해 9월 30일을 끝으로 폐쇄된 영국의 마지막 화력발전소, 노팅엄셔에 위치한 랫클리프 온 소어(Ratcliffe-on soar)의 모습이다. 발전소를 가동할 시기에는 114m에 달하는 냉각탑 8기에서 수증기가 일제히 하얗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유명했었다.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영국 노팅엄셔의 이스트 미들랜즈 파크웨이 역 승강장에서 보이는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의 모습. 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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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광산이 많은 영국은 풍부한 석탄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지방 곳곳에는 광산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통해 수도부터 지방까지 전력을 공급했다. 그런 영국이 2030년 발전 부문 탈탄소화와 2050년 국가 경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산업의 근간이 됐던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랫클리프 온 소어도 당초 계획으로는 2022년에 가동을 중단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폐쇄가 지연됐다.


지난달 9일 기자가 찾은 문 닫은 발전소 인근 마을은 황량하고 고요했다. 늦지 않은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역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역 앞은 으레 택시, 버스로 붐비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승객이 직접 콜을 부를 때만 버스가 정차하는 작은 공유 버스 정류장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죽은 마을 같았다.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이스트 미들랜즈 파크웨이 역 앞 버스 승강장. 평소 승객이 없는 이곳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부른 버스만 승강장에 도착한다. 전진영 기자.

차도를 따라 20분 정도 걸으니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 입구가 보였다. 발전소 부지는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가 맡아 관리하고 있는데, 유니퍼는 발전소 해체 작업을 이유로 부지를 철조망으로 막고 외부인의 내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도 오가는 사람은 없었고, 가끔 자전거 종주 중인 여행객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화력발전소 폐쇄로 모든 게 멈춰버린 활력을 잃은 마을.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었다. 조만간 들어설 신재생에너지 거점에 대한 기대감도 감돌았다.


유니퍼는 현재 발전소 해체 작업 등의 이유로 마을이 정체된 것처럼 보일 뿐이지,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이나 불만 없이 순조로운 전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퍼 관계자는 발전소 부지가 곧 재생 에너지 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전하며,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조용한 마을도 곧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니퍼 관계자는 "랫클리프 온 소어는 203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 배터리 생산과 연구 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허브로 재탄생된다"며 "갈등 없이 순조로운 전환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폐광 이후 일자리를 잃은 광산 노동자와 소상공인 생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 인근 마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도계 폐광지역 석탄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 지정면세점 유치와 중입자가속기 기반 의료산업 클러스터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도 속도를 내지 못해 폐광 마을을 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랫클리프 온 소어를 관리 중인 유니퍼. 전진영 기자.

유니퍼가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일했던 노동자들과 큰 갈등 없이 전환 계획을 이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동자들의 재취업, 재교육에 대해 노사가 충분히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은 덕분이다.


유니퍼는 수년 전 발전소 폐쇄 전 단계부터 향후 부지 재개발 방안과 관련해 지역 이해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사전 협력을 해왔다. 정리해고를 앞두고 노조와 지역 현장 대표를 논의에 참여시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지원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들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유니퍼 내부 재배치 기회 제공, 채용을 원하는 다른 외부 기업과의 연계 지원, 향후 전직을 위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폐쇄 계획 발표 초반에는 시위 등 노동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재고용을 우선시한 대책을 통해 갈등을 빠르게 봉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니퍼 측의 설명이다. 유니퍼는 이곳을 재생 에너지 거점으로 바꾼 이후, 이 지역의 노동자들을 다시 불러들여 지역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랫 클리프 온 소어가 위치한 마을의 전경. 전진영 기자.

주민들은 잠시 찾아온 한적함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재생에너지 거점으로의 전환에도 긍정적이었다.


발전소와 맞닿은 동네인 클리프턴에서 35년 거주했다는 폴 모어씨는 "발전소가 가동될 때는 이곳은 사람이 오가며 북적이는 곳이었다. 레스터 등 인근 지역 사람들도 일하러 많이 왔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인 엔지니어들도 일하던 곳"이라며 "당시보다는 현재 마을이 아주 조용해졌지만, 우리는 이제 석탄 분진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됐다. 석탄산이 쌓여있던 풍경 대신 평탄한 땅을 보게 된 것도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유니퍼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전환에 대한 계획을 주민들과 충분히 공유했기 때문에 이곳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모일 것이고, 화력발전소가 사라진 자리가 재생에너지 거점이 될 테니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원 변화에 배제되는 사람 없어야 정의로운 전환"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리사 피셔 E3G 에너지 전환부 부국장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생산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부작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해법을 찾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영국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3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의 리사 피셔 에너지전환부 부국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탈석탄→신재생에너지' 전환의 길을 가고 있는 국가들이 겪는 갈등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피셔 부국장은 "에너지원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며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는 기존 노동자들의 직업 연속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탄화력 에너지원 생산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업무 전환, 노동자들이 이탈하면서 생기는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정권에 따라 바뀌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재생 에너지 생산시설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무역회사, 건설회사 등 많은 기업과 수주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동반되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일관성이 없이 정책이 계속 바뀐다면 재정적인 부문에서도 낭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셔 부국장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생길 수 있는 충돌과 관련해 환경·시민 단체의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예컨대, 영국은 시민 단체가 오랜 기간 소통에 참여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이익이 발생하면, 지역 주민들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의 경우 에너지 전환 지역에 지역균형발전 기금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구직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반드시 수준 높은 근무 환경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선다고 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서는 안된다"며 "기존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 양질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셔 부국장은 E3G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모든 사람이 정의롭고 깨끗한 에너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연속성과 연결성을 보장할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안정성, 그리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전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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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마지막 굴뚝 마을, 석탄→재생에너지 전환에 '사람' 먼저 생각①



노팅엄셔·런던(영국)=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런던(영국)=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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