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과기부총리 다시 세우자
과기부총리와 일했던 정윤 청운대 총장 증언
"지금이 과기부총리 도입 더 절실해"
"과거 과기부총리는 각 부처를 넘나들며 강력한 조정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더 복잡해진 글로벌 환경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부총리 제도가 있던 참여정부에서 과기부 차관을 지낸 정윤 청운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이어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뒤지고 있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4 도입돼 3년간 운영됐던 과기부총리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정권교체 시마다 과기부총리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정 총장은 "과기부총리제가 없어진 지 17년이 됐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예산 배분에 전문성이 필요하며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과학기술은 수월성 정책이고 경쟁의 정책이며 세계 1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부총리제로 하는 것이 국가 미래나 우리 경쟁력을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윤 총장과의 일문일답.
-과기부총리제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국가가 해야 할 많은 일 가운데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게 가장 큰 책무다. 과학기술은 복잡하고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국가 체제에선 부총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 미래 먹거리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려면 부총리제가 필수다.
-차관 시절, 과기부총리 제도하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나.
△당시 축은 청와대 과기보좌관, 혁신본부장 그리고 부총리로 이어지는 강력한 라인이 있었다. 과기부총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장관회의가 있었는데 정말 잘 운영됐다. 언론에서 '과기장관회의 참석 비율이 국무회의 참석 비율보다 높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활성화돼 있었고 추진력이 있었다. 그때 조금만 더 갔으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왔을 것이다.
-AI시대가 급격히 다가왔지만,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강해 해당 분야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는 주장이 많다.
△기재부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이 과기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복잡하고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기혁신본부가 생겨났다. 혁신본부가 처음 생겼을 때 OECD 국가나 미국, 일본에서도 굉장히 부러워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없어진 게 정말 안타까웠다. 당시 오명 부총리나 김우식 부총리의 파워가 컸는데, 이것이 사람에 의한 파워가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으로 정착됐어야 했다."
-AI시대에 과기부총리의 역할은.
△최근 모든 정당이나 후보들이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무슨 산업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무엇에 투자하는 건지 묻고 싶다. AI는 기존 산업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기획을 잘하려면 전문가들이 모여 분석하고 과기부총리가 조정해야 한다. 특히 '범부처 조정 기능'이야말로 지금의 분산된 예산 구조와 중복 정책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라고 본다.
-과기부총리가 도입된다면 어떤 인물이 그 자리에 적합할까.
△해외 동향과 우리 역량을 잘 분석하고 우선순위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서 판단해야 한다. 이제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물, 세계화 시대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과학기술은 수월성 정책이고 경쟁의 정책이며 세계 1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부총리제가 그런 국가 전략을 이끌어갈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
- 차관으로 퇴직 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재 양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람의 경쟁력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삼성, 현대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K-드라마, K-팝 등 문화이다. 이제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지혜는 지식의 융합을 통해 선용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고이다. 이공계와 인문계가 서로 배우고, 창의력과 통찰력을 겸비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항상 '영어를 한국말처럼 해야 기회가 세 배로 온다'고 말한다. 세계를 상대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정윤 청운대 총장 약력: 전 과학기술부 차관, 전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전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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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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