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서 자전거래 발생
허위 구매·리뷰로 고객 평점 조작
판매량 증대 유도해 수익 창출
자동추천 기능으로 경쟁력 키운 플랫폼에 치명타
![[초동시각]알고리즘 맹점 노린 보이지 않는 손](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1617301322686_1744792212.jpg)
온라인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의 힘은 강력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발간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보고서에서는 알고리즘을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한 절차 또는 규칙의 모음이라고 정의했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이 평생에 걸쳐도 볼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결과에 반영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이용자의 취향과 사용 패턴 등을 고려해 어떤 영상을 보라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이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많이 볼수록 수익 규모도 늘어난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이용자들의 시청 시간 70%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유통시장을 지배한 e커머스에서도 알고리즘은 강력한 무기다.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특정 사용자에게 맞춘 상품이나 할인 정보를 부각해 구매를 유도한다. 때로는 이들 플랫폼이 추천 방식을 인위적으로 배열하는 이른바 '조작'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통제한다.
만일 플랫폼이 아닌 판매자(셀러)가 알고리즘의 허점을 악용한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근 쿠팡에 입점한 어느 판매자가 전해준 설명은 꽤 노골적이었다. 쿠팡 로켓배송 입점사인 헤어 액세서리 제조사 A 업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자사 상품을 주문하고, 온라인 리뷰를 작성해줄 회원들을 모집해왔다. 쿠팡 로켓배송은 회사가 제조사 제품을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인지도가 낮거나 신규 출시된 상품은 2~3개 단위의 소량으로 구매해본 뒤 실제 판매가 이뤄질 경우 알고리즘이 이를 실구매로 인식해 제품을 추가로 발주한다.
A사는 판매가 부진하거나 새로 선보이는 상품 등을 쿠팡에 노출하기 위해 허위로 구매를 일으키는 '자전거래' 방식을 택했다. 매일 최소 서너개의 상품을 오픈채팅방에 모인 참가자 500여명에게 소개한 뒤 구매를 요청하고 리뷰를 남기면 소정의 대가를 지불해왔다. 쿠팡으로부터 비정상적인 거래로 의심받지 않도록 평점이 낮은 상품의 고객 만족도 점수를 올리거나 리뷰 수가 적은 품목을 적극 공략했다.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 리뷰에 포함할 사진의 개수까지 지시하면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다. 우선 로켓배송 입점사가 아닌 일반 셀러들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다양한 상품을 노출하고, 소비자를 현혹해 쿠팡으로부터 보다 많은 물량의 직매입을 유도할 수 있다. 판매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배송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일반 셀러들은 경쟁 우위에서 밀린다. 쿠팡 입장에서는 허위로 이뤄진 구매를 걸러내지 못하면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추가 주문해 재고 부담이 생긴다. 로켓 배송 입점사를 검증된 업체로 여기는 소비자는 누군가의 허위 구매와 리뷰에 속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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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측은 자전거래나 허위 리뷰 등 플랫폼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판매자 단속 시스템을 강화하고, 적발 시 발주 중단과 소명을 요청한 뒤 합당한 해명이 없으면 최종 거래중단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 업체의 조작 행위도 다른 셀러들의 신고를 통해 뒤늦게 인지하고 제재에 나섰다. 당장은 일부 사례만 드러났으나 알고리즘의 맹점을 노린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교란 행위는 갈수록 은밀하고 교묘해질 것이다.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물론 알고리즘으로 영향력을 키운 플랫폼도 피해자가 된다.
김흥순 유통경제부 차장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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