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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⑤김누리 교수 "공적 책임의식 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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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 의사들, 오만하고 미성숙해"
"의사는 돈벌이 하는 직업 아냐"

편집자주지난해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2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선배들을 따라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휴학에 들어갔던 의대생들은 유급·제적 처리하겠다는 정부와 대학의 경고에 일단 복귀라는 형식을 대체로 수용하고 나섰지만 재휴학과 수업 거부 등으로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하다. 의대 현장이 가까스로 정상화되는 외양을 갖춘다고 해도 의대생들의 집단화와 그 위력이 남긴 부작용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아시아경제는 이들이 무엇을 통해, 무엇 때문에 '카르텔'과도 같이 똘똘 뭉칠 수 있는지를 총 6회에 걸쳐 분석한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학부모·교사·시민단체·학계·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아동학대 7세 고시 국민고발 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7세 고시' '4세 고시' ' 초등 의대반' '초등 특목반' 등으로 불리는 반교육적인 선행학습 사교육이 성행하는 현실을 규탄하며, "아이들의 정서·심리적 발달 단계나 전인적인 성장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선행학습은 그 자체로 심각한 아동학대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이제라도 극단적 경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거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⑤김누리 교수 "공적 책임의식 회복 시급" 지난달 26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가 서울 동작구 교수연구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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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그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누누이 지적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교육 시스템을 모델로 한 교육 개혁을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달 26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해 집단 휴학으로 맞서고 있는 의대생들을 "한국 사회의 병리성을 가장 농도 짙게 내면화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단언했다. 의대생들을 포함한 의사 집단에 대해선 "한국 교육이 길러낸 괴물 같은 엘리트들이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눠 '전교 1등' 승자에겐 오만함과 미성숙함이 형성되고, 패자에게는 열등감과 모멸감, 패배감과 무력감, 좌절감과 절망감을 내면화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의정 갈등 이후 의사 커뮤니티에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이 썼다고 하기엔 교양도 지성도 없는,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폭력적인 말들이었다. 의사단체 대표라는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 막말을 했다. 그들의 글과 말 속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너무 놀랐다.


누가 보더라도 의사들의 미성숙하고 오만한 태도를 비난할 법한데도 그 내부에서 어떤 반성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국 교육이 정말 저질스러운 자들을 엘리트라고 길러낸 것이다. 지금 한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 문제는 정원 몇 명을 늘리느냐가 아니다.


-의사의 교양이란 어떤 것인가.


▲의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 돈을 벌려면 공대에 나와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경영학과를 나와 금융업에 종사하면 된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돈벌이로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라는 게 어느 나라에서나 사회적인 합의다. 왜냐하면 의사와 환자가 맺는 관계는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절대적인 종속관계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전문적 지식의 차이 때문에 절대적인 종속관계이고, 절대적인 윤리가 요구되고, 그래서 의료는 영리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의정 사태는 단순히 의료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료 행위를 영리 행위로 하면 안 되는가.


▲의료는 공적인 영역에 있고 국가의 책임이 굉장히 강한 영역이다. 윤석열 정부는 애당초 그런 인식이 없었고, 의사들에게도 없었다. 의정 갈등의 정부와 의사의 싸움이 아니다. 본질은 의료 행위를 영리 행위로 볼 것인가 공적 책임으로 볼 것인가다.


두 집단 모두 기본적으로 영리 행위라고 보고 있으니 똑같다. 한국 자본주의가 얼마나 천박한 자본주의인지, 의료나 법률 등 전문적 서비스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이 그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일반인들을 착취하고 있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⑤김누리 교수 "공적 책임의식 회복 시급" 지난달 26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가 서울 동작구 교수연구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전문가들이 왜 그렇게 됐나.


▲우리 사회가 너무 능력주의라는 이름에 갇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라는 게 무엇인가 좀 철학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무조건 명명백백한 정답을 골라내는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권리를 갖는 게 정의고,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의대에 합격하면 무조건 의사가 된다. 지금 의사나 판검사들, 이렇게 파렴치하고 미성숙한 엘리트들 또한 한국 교육의 피해자라고 본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니까, 아주 오만한 자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은가.


▲독일이 경우 의대로 들어오는 여러 가지 길을 열어주되 의사가 되는 기준은 엄격하다. 그래서 의사가 됐을 때 본인이 어떤 대단한 경쟁에서 이겼고, 전교 1등을 해서 거둔 성과라는 의식 자체가 없다. 다양한 경로로 의대에 들어오고, 공부가 재밌으니까 열심히 하고, 부족하면 몇 년 더 공부해서 의사가 된다.


심지어 중학교만 졸업한 뒤 곧바로 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사가, 그 경력을 바탕으로 의대에 입학해 공부하고 의사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항상 남과의 경쟁을 생각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경쟁이 있다면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바꾸지 못했나.


▲그동안 얼마든지 정책적인 의지만 있었으면 바꿀 수 있었다. 의사 숫자를 최소한으로 잡아두고 그것을 통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의사들이 스스로 바로잡아야 했는데 나서지 않았다.


-의대생들이 사실상 집단 휴학을 계속하려 한다.


▲지금 의대생들에게 정부 정책에 반대해 투쟁하는 이유가 결국 미래 수입이 줄어들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직업이, 나의 수입이나 이익이 침해당하는 상황인데 나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자신 있게 되묻는다. 학교에서부터 최소한의 자본주의 윤리도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천민자본주의다.


-왜 한국만 그런가.


▲철저하게 파시스트의 논리다. 이 세계는 거대한 경쟁의 정글이고, 적자생존, 약육강식이고, 열등한 자는 자연 도태한다는 논리가 한국 사회처럼 그대로 적용된 나라가 없다. 경쟁시키고, 끊임없이 우열을 나누고, 우월한 자가 지배하고, 열등한 자가 복종하는 이러한 질서를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말하는 게 소위 '소셜 다위니즘(Social Darwinism·사회진화론)'이다.


한국처럼 소셜 다위니즘이 이렇게나 잘 사회적 논리로 관철된 나라가 없다. 경쟁, 우열, 지배 등의 원리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런 원리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진다.


차별을 당연시하고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파시즘의 원리가 적용된 교육을 초·중·고 12년간 받으면, 지금 말한 대로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이겼으니까, 내가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특권을 누리는 것이 뭐 잘못인가'하는 경박스러운 논리에 빠진다. 윤리나 의미, 가치에 대한 성찰이 없다.


-국민들이 분노한다.


▲의사들이 너무 오만하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게 됐다. 오죽하면 국민 중에 윤석열 정부가 잘한 게 단 하나도 없는데, 이 의료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고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의사들도 각성해야 한다. 잘못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들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사회를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만들려면 의사도 직업인으로서뿐 아니라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인데, 의사라면 그 공화국의 공적 책임의식이 기본이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⑤김누리 교수 "공적 책임의식 회복 시급"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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