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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③서열·통제·복종 문화 속 집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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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같은 수업받고 시험 대비 '족보' 공유
인턴·전공의 지원 때 동기·선배 평가 절대적

편집자주지난해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2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선배들을 따라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휴학에 들어갔던 의대생들은 유급·제적 처리하겠다는 정부와 대학의 경고에 일단 복귀라는 형식을 대체로 수용하고 나섰지만 재휴학과 수업 거부 등으로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하다. 의대 현장이 가까스로 정상화되는 외양을 갖춘다고 해도 의대생들의 집단화와 그 위력이 남긴 부작용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아시아경제는 이들이 무엇을 통해, 무엇 때문에 '카르텔'과도 같이 똘똘 뭉칠 수 있는지를 총 6회에 걸쳐 분석한다.

"수업 복귀자를 동료로 간주하지 않으며 이들과는 향후 학업과 관련된 모든 학문적 활동에 함께할 수 없다."


지난달 13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3학년 학생 6명이 휴학계를 내지 않고 수업에 복귀하려 하자 동급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학교 측은 즉각 "학생 개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부당행위는 엄격하게 조사하고 학칙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의대생들 사이에선 "정부가 저런 극단적인 저격까지 나오게 학생들을 분열시켰다"는 불만도 나왔다.


정부와 대학들이 의대생들의 유급·제적 가능성을 거론하며 수업 복귀를 재촉하던 3월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대생은 새 학기 등록을 거부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했다. 의대 교수들까지 나서 학생들을 설득하고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기류가 형성되자 일부 학생들 사이에 '이제 수업받고 싶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서울 소재 의대생 A씨는 "집에선 빨리 등록하라고 걱정하시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힌 채 학교 다니는 것이 제적되는 것보다 더 무섭다. 절대 혼자서는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③서열·통제·복종 문화 속 집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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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과 동시에 최소 10년 동고동락

상당수 의대 학생들이 대규모 제적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단 등록금을 납부하고 학교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의대생들이 주도한 집단 휴학 사태가 강한 결속력을 갖고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도제식 수업방식, 그 속에서 형성된 서열과 통제, 복종 문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대는 일반 학과와 달리 한 학년 전체가 6년간 주어진 똑같은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조별 과제와 실습 등을 매번 같은 동기들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입학 후 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거쳐 수련병원 인턴 1년과 전공의 3~4년 과정을 거치게 되며 통상 최소 10년 이상 함께 부대끼고 생활한다.


개별 과목 시험과 의사 국가고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족보'도 의대 동아리 등 학생회 차원에서 관리된다. 수업 시간에 배운 강의 PPT와 시험 기출문제 등이 정리된 족보는 방대한 공부량에 비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의대생들에겐 꼭 필요하다. 의학이라는 학문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본과 1학년 때 선배로부터 물려받고 동기들끼리 공유하는 이 족보를 받지 못하면, 제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도 스스로 공부의 우선순위를 찾을 통찰력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의대 선후배는 사실상 교수와 학생의 관계다. 의학교육 전 과정이 도제식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해부학 실습의 경우 교수가 해부용 시신 해부를 직접 시연하고, 학생들이 따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는 대부분 모교 선배들이다. 병원에 실습을 나가도 교수와 선배 전공의들을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다. 예전보다는 덜 하다고는 하지만, 선배들은 후배들을 혹독하게 교육하고 기강을 잡는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의 특성상 한순간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졸업 후 커리어에서도 선후배, 동기들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의대생 대다수는 졸업 후 모교 대학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로 수련을 이어가게 된다. 졸업 후 원하는 과에서 수련하기 위해선 동료들의 평판 조회가 중요하다. 시험 성적과 같은 정량평가뿐 아니라 '같이 일하기에 어떤 사람인지'와 같은 정성평가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모교가 아닌 다른 수련병원을 가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 의대 교수는 "타 대학 출신이 수련을 지원하면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해당 대학 소속 전공의 등 지인들을 통해 더 치밀하게 평판 조회가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교육 과정은 의대생들을 점차 폐쇄적으로 만들고 집단화한다.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 선배나 교수님에겐 '찍히지' 않아야 하는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면, 학년과 기수에 의한 통제와 복종 문화는 대를 물려 이어진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③서열·통제·복종 문화 속 집단사고
2000년대 들어서만 4번째…"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

이번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은 과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서 배운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을 시작으로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공공의대 반대 등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벌일 때마다 의대생부터 수련의, 전공의까지 모두가 동시에 투쟁에 나섰고, 정부를 상대로 일부 양보를 얻어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핵심 인력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끝까지 버티면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 거란 확신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의료사태가 악화하는 중에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 넘은 발언들이 확산하고, 집단에서 이탈하는 동료들을 상대로 비난과 조롱이 난무하면서 이런 의사 집단을 향한 국민 여론도 싸늘하게 식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체·집단행동은 기본적으로 민주사회에서 어떤 조직이든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자 정당한 일이지만 지금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인 합의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부 군기나 위계적인 논리에 따라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의대생 집단에서 개인의 선택과 존엄성을 억누르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행태를 목도한 국민들이 더이상 의대생에 대한 특혜를 용납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대생 카르텔의 시대]③서열·통제·복종 문화 속 집단사고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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