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추가 관세 10%…中도 즉각 보복
관세 '협상용' 분석, 미·중 협상 기대 ↑
일각선 "관세 위협 과소평가 안 돼" 지적도
구글 4분기 매출 예상 하회…시간외서 7% ↓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4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중 2차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에도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를 '협상용'으로 평가하며 주식 매수 행렬을 이어갔다.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4.13포인트(0.3%) 오른 4만4556.0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3.31포인트(0.72%) 상승한 6037.8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2.06포인트(1.35%) 뛴 1만9654.02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미·중 관세 전쟁을 주목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4일 자정부터 중국에서 들어 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 10%를 부과했다. 중국도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에 15%, 원유·농기계·자동차 등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즉각 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겠다고 밝히며 협상 여지를 남겨 뒀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를 협상 레버리지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 멕시코에 마약-불법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경 단속 강화 약속을 받아내며 25% 보편관세 부과 조치를 한 달 유예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관세폭탄이 현실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관세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라며 "이는 경제 관세가 아닌 정치 관세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결국 대부분 수입품에 5~1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라며 "이는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삭소 뱅크 프랑스의 안드레이 튜에니 트레이딩 수석은 "관세 문제는 예상했던 만큼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이 일부 활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더 큰 게임이 있고 시작 단계일 뿐이라 (매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공개된 고용 지표도 주목했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직전월(815만6000건)보다 55만6000건 줄어든 760만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801만건)도 크게 밑돌았다.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슈트어트 폴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구인 건수 감소는 노동시장 냉각 속도를 다소 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몇 달간 노동시장 수요는 다소 얕은 냉각 궤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미국 고용시장 현황은 오는 7일 미 노동부의 1월 고용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이 15만4000건 증가해 직전월(25만6000건) 대비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업률은 4.1%로 직전월 수준을 유지했을 전망이다.
종목별로는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팔란티어가 23.99% 급등했다. 전날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엔비디아는 1.71% 올랐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2.1%, 0.35% 상승했다.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정규장에서 2.5% 올랐다. 알파벳은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964억7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이 2.1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LSEG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각각 965억6000만달러·2.13달러)와 비교해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알파벳은 시간 외 거래에서 미 동부시간 오후 4시33분 현재 6.65% 약세다.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는 내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95% 하락한 107.84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4bp 떨어진 4.21%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중 관세 전쟁 우려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재개 영향을 평가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0.46달러(0.63%) 내린 배럴당 72.7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24달러(0.32%) 오른 배럴당 76.2달러에 장을 마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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