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 인터뷰 하는 꿈까지 꿨어요. 그리웠습니다. 부산에서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
배우 조진웅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관객과 만나 느낀 감동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심사위원으로 레드카펫에 오른 조진웅은 "최근 비대면 행사가 많아 관객들이 계신지 몰랐다"며 "거리두기 하며 앉아계신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떠올렸다. 그는 익살스러운 포즈로 시선을 끌었다. 그러면서 "무척이나 그리웠다"고 거듭 말했다.
부산 영도 출신인 조진웅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배우로서 꿈을 키웠다. "내 연기의 자양분이 있는 곳이 부산이다. 내가 사는 이유다. 개막식에서 '내가 이래서 살았지. 관객 만나려고 살았지' 싶어 순간 울컥했다. 레드카펫에 오르며 내 본질을 다시 깨달았다."
생애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레드카펫에 오른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조진웅은 "차에서 내리니 저를 바라보며 '누구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섭섭하기보다 나를 소개하는 장이 됐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할 당시 부산은 20회를 맞았다. 좋은 청년의 모습, 성인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시기가 아닌가.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협조하고 발전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만드는 세계인의 축제"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조진웅은 '올해의 배우상' 부문 심사를 맡았다. 해당 부문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출품된 한국 장편독립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남녀 배우에게 수여 된다.
심사 기준에 관해 묻자 조진웅은 "선배들의 발걸음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싶다. 오후 6시부터 극장에서 작품을 보는데 무게감이 느껴진다. 객관성을 가지면서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심정으로 영화를 보겠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진심이다. 자연스럽게 내 가슴에 와닿아야 한다. 분명 다가오는 배우가 있겠지만 매 작품 그런 배우가 보이면 어쩌나 고민이기도 하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렵겠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배우로 연기할 때도 '진심'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했다.
조진웅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로 데뷔, '끝까지 간다'(2014)로 주목받았다. 이후 천만영화 '명량'(2014)·'암살'(2015)에 이어 '블랙머니'(2019), '사라진시간'(2020) 등에서 활약했다. '대외비', '경관의 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를 넘어 감독이라는 호칭도 달았다. 조진웅은 첫 단편 연출작 '력사: 예고편'이 제25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Fantas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New York Asian Film Festival)의 국제단편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영화 연출은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다"며 "좋은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도 안 만들어줄 거 같아서 두 시퀀스를 떼어 13~15분 분량의 단편으로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할 만한 분들한테 소개해보자 싶어서 만들게 됐다"고 연출에 도전하게 된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연출하며 많이 배웠다. 늘 카메라 앞에 나서는 입장이었는데 뒤에 있는 스태프들의 동선을 처음 봤다. 매일 밤, 숙소에서 울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부산에 온 윤종빈 감독과 차를 한 잔 나누며 '어떻게 하면 영화를 그렇게 잘 찍냐'고 물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이후 영화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조진웅은 "소처럼 일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작업을 안 하고 쉬었다"며 한숨 지었다. 그러면서 "작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팬데믹 이후 제작 현장이 힘들어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영화를 12월 1일부터 촬영 시작한다. OTT 드라마 제작도 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투자받는 만큼 더욱 양질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콘티도 예전에는 4차까지 작업했다면, 요즘은 7~8차까지 이뤄진다. 제작진의 고민도 깊다. 좌절하고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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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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