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NH농협은행의 조선업 관련 여신 대부분이 선수금환급보증(RG)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총 여신은 1조5131억원인데, 이 가운데 선수금환급보증이 1조4000억원이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은 4000억원, 성동조선은 1700억원 정도로 조선업체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만 2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처럼 국책은행도 아닌 농협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이 왜 이렇게 많을까. 과거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탓이다.
NH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되기 전인 2010년부터 기업여신을 늘리기 시작해 조선사들과의 RG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까지 조선사에 대한 RG는 은행에 좋은 수익원 중 하나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선수금환급보증이란 선주가 조선사에 미리 지급한 배값에 대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을 말한다. 조선사는 RG 보증료로 은행에 보통 계약금의 0.3~0.4%정도를 내고 조선사가 계약기간에 맞춰 선주에게 배를 인도하면 은행은 보증의무가 사라지고 보증료는 수익으로 남는다. 2006년 이후 2008년 말 금융위기 이전까지 조선업이 수요 증가로 호황을 맞이했을 때는 수익성이 좋은 계약으로 평가받았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조선업종 관련 여신을 줄여나갈 때도 농협은행은 오히려 조선사에 대한 여신을 늘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RG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것도 2014년말 2조481억원보다 줄인 것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1조원 초반까지 RG를 낮추고자했으나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RG 규모를 유지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면서 추가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되기 전 기업금융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이 호황이라는 점만 보고 서둘러 대출을 늘린 경향이 있었다"며 "특히 RG의 경우에는 해외 선박 발주업체들이 주로 국가신용등급과 신용등급이 같은 은행들로부터 RG를 받아오라고 하다보니 국책은행들과 농협은행에 RG가 많이 몰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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