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위험 평가, 올해 이례적으로 두번째 진행…비교적 안전했던 200곳도 포함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시중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 B등급(일시적 유동성 위기)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부실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등급(워크아웃 권고대상), D등급(법정관리 권고대상)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B등급 중에도 부실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평가 결과 C 또는 D등급으로 나타나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11~12월 두 달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B등급 대기업 200여개가 포함됐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매년 4~6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7~10월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다. 시중은행은 올해도 4~6월 572개 대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C등급 16개, D등급 19개 등 총 35개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추려냈다.
하지만 기업 부실 공포가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시중은행에 재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11~12월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면서 4~6월 평가시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은 물론 당시 B등급이었던 대기업 200여개도 포함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를 한 결과 B등급과 C등급 사이에 위치한 기업에 대해서는 B등급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며 "C등급으로 분류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불편이 따르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무늬만 B등급이 부실폭탄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을 것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연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번 평가에 B등급 대기업이 다수 포함된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이 나오면 은행은 그 결과를 기업에 통보하고, 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갈 지 여부를 7일 내 결정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자구계획안을 은행에 제출한다. 만일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거나,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이후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 11조에 따라 채권 은행은 신규여신 중단, 만기 도래 여신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D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신청을 유도한다.
이번 평가에서는 특히 취약업종(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대기업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업종의 재무 상태가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의 판단"이라며 "C등급 이하 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내년 초에는 구조조정 한파가 크게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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