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 자기 무덤 팠다"
"(민주당 탄핵안 발의) 자충수도 이런 자충수 없다"
"통합, 국민 믿지 않아. 당분간 대결 지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행한 역사다. 지난 4일 오후 3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플랜B가 없다"며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0으로 파면됐다.
영어로 표현하면 심플 앤드 클리어다. 간단하고 분명한 일이었다. 언론 그리고 방송에 출연하는 법률 기술자들 영향으로 탄핵이 안 된다는 헛된 기대를 한 사람이 많았다. 탄핵 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다. 탄핵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했던 것 같다. 탄핵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 법적 절차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선 상원이 심판하지 않나.
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커녕 검찰총장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가 검찰권을 남용해서 (직권남용죄로 구속한) 온갖 사람들이 상급 법원에서 다 무죄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억지로 영입하는 정당이 그게 정상인가. 그것부터 잘못됐다. 예상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저질렀다. 보수세력이 자기 무덤을 팠다.
우리 정치사에서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2명의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어떻게 해석하나.
두 번이 좀 경우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냥 본인이 스스로 무너졌던 것 같다. 하루 만에 사과를 하지 않았나. 그게 오히려 시위를 촉발했다. 국민의힘은 그걸 겪으면서 쉽게 인정하는 것은 자충수라는 인식이 내부에서 생긴 것 같다. 이번에 거꾸로 대응했던 게 그런 영향 때문 아닐까.
상당히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제일 처음에 윤상현 의원이 나와서 탄핵이 부당하다고 했고, 이어 김민전 의원이 그랬다. 나경원 의원도 뒤따랐다. 그 세 사람이 평소에 강경한 사람이 아니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평소 정치학자로서 양극화 정치는 안 된다고 했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 체제에서 일종의 피해자였다. 평소 강경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옹호한 게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그게 국민의힘에 상당히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와 반대의 길을 갔다. 결과적으로 볼 때 더 나쁘게 됐다.
강경 보수 흐름이 탄핵 국면을 지배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집단적인 최면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면 자기 최면이라고 할까. 자기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몰두해 버리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될 수가 있는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5 대 3으로 기각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이해가 안 됐다. 저렇게 하고 앞으로 의원 개개인이나 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
당장 국민의힘에 그 문제가 닥쳤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이 어떤 변화를 할 수 있을까? 변화를 못 하면 탄핵 정국의 강경 흐름에 그냥 고착돼버리는 것이다.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만일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견제가 될 것이냐 ,국민의 지지를 과연 받을 수 있겠느냐,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걱정된다.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말하자면 플랜B가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도 2명 탄핵당하고, 과거에 보수는 능력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과거에는 대중과 호흡하는, 스펙이 좀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근데 그 후에 이어간 사람들이 크지를 못했다. 오죽하면 선출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을 당 대표로 데려와서 선거를 치르게 하나. 공천도 얼마나 잡음이 많았나. 선거를 한번 해본 사람은 민심이 무서운 걸 안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잇달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탄핵이 굉장히 남용됐다. 탄핵이라는 건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하지 않나. 민주당이 막 남용하다시피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 민주당이 왜 그렇게 조급했는가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간다. 자충수도 이런 자충수가 없다.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너무 여유가 없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또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내놓는 말이 너무 거칠다. 민주당이 너무 도취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탄핵은 엄격한 정족수가 있는 게 맞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도 과반수 찬성이면 되고, 탄핵도 과반수 찬성이면 된다. 문제가 있다.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국회 권한을 줄이는 개헌이 실질적으로 가능할까에는 회의적이다.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극단의 갈등 정치가 강해진 것일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똑같이 얘기한 게 뭔가. 국민통합,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대선 후에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적폐청산이라고 해 끈질기게 사법적으로 모든 문제를 다뤘다. 물론 개중에는 그렇게 해야 할 분야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정치적 책임으로 끝내야 할 것도 있다. 지나치게 하지 않았나.
그 지나치게 했던 사람이 누군가.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 아닌가. 그게 끝나니 수사권 내놔라 그러니 검찰 입장에서는 토사구팽이다. 거기서 모든 게 잘못됐다. 그것도 참 기가 막힌 노릇인데 그런 사람을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로 데려왔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떻게 잘못된 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여야에 유연성이 있는, 타협적인 인물들이 도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탄핵 후유증도 걱정된다.
그렇다. 그리고 지금 탄핵 결과에 승복한다고 하는데 심정적으로 진짜 승복하느냐를 떠나서 새로 출범하는 정권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통합, 통합 하는데 이제 국민이 믿지도 않는다.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나 하는 걱정이 된다. 당분간 대결 구도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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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이 좀 넓게 봐야 한다. 자기들의 좁은 철학, 좁은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포용 정책을 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의석 다수를 믿고 오만하게 국정을 운영하면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과거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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