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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딜레마]②"밑에서 몇백억 떼먹어도 책임지는 경영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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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는 매년 증가하는 금융사고 예방 위한 고육지책
금융사고 발생해도 책임지는 임원없어
꼬리자르기식 책임회피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

편집자주올해부터 금융권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각자가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스스로 명확히 설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대응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 제도를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강화된 책임 부담과 징계 우려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작은 실수 하나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 이번 기획에서는 책무구조도의 도입 배경과 현황을 짚고, 제도가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모색해본다.
[책무구조도 딜레마]②"밑에서 몇백억 떼먹어도 책임지는 경영자 없어" 은행 임원들이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를 둘러싸고 고민에 빠져있다.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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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큰 이유는 금융권의 금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물론 규모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왔지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이 어려울 정도로 관련 법 체계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제도 도입의 주요 배경이다.


책무구조도는 매년 증가하는 금융사고 예방 위한 고육지책

8일 금융감독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5개 주요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액은 1877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666억원 대비 2.8배 급증했다. 2020년 68억원 수준이었던 금융사고 피해액은 불과 4년 사이에 27배나 늘었다. 금융사고 발생 건수 역시 2023년 30건에서 작년에는 61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사고 액수를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694억원), 농협은행(453억원), 우리은행(383억원), IBK기업은행(243억원) 등 대형은행에 피해가 집중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최근 5년 중에 작년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며 "브로커 또는 직원 간 공모 등 금융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금융사고 규모가 증가한 것은 물론, 건당 평균 사고금액도 급증하는 등 금융사고가 대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금융사고나 법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은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무구조도 딜레마]②"밑에서 몇백억 떼먹어도 책임지는 경영자 없어"

이처럼 매년 금융사고가 줄지 않자 기존의 법률과 내부통제 기준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전 법률에서는 내부통제 관련 규율이 형식적으로 인식될 뿐 실제 영업을 담당하는 실무부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처벌도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매년 금융사고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내부통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다는 점도 논란이었다. 실제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상당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지만 당시 지배구조법상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주어진 상황에서 내부통제 기준 준수가 미흡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에 따라 금융당국의 경영진 제재가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크게 이슈가 됐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도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처벌할 법리적 근거가 없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컸다.


법 개정으로 내부통제 실패한 고위임원 처벌 규정 생겨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소재가 비교적 명확해져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 이전에는 아무리 큰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내부통제를 관리해왔던 금융회사 임원들이 책임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법이 개정되면서 이런 불합리한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개정 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통제체계 구축 의무는 원칙중심의 규제로 위반 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작성 및 제출, 내부통제 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을 작성했더라도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못해 그로 인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실효성 있는 책임 추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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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해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의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취지의 판시를 내리고 있다"며 "향후 책무구조도가 감시 의무 준수 및 위반 여부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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