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피해발생 이후 드론 교육
자체 드론 대응 전술까지 만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히고 러시아군과의 협동 작전을 통해 전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장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병사 1명이 미끼가 되어 드론을 유인한 뒤 다른 병사들이 드론을 포위해 조준 사격으로 격추시키는 독자적인 전술까지 개발했다. 초반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약 한 달간 전선에서 완전히 빠져 러시아 후방에 배치된 시기에 드론 전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까지 파병된 북한군은 총 1만4000~1만5000명정도로 추산되며, 이 중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사상자는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전체 파병 군대의 30%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면 사기가 크게 꺾이고 전투 투입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북한군은 오히려 각 전투 지역 선봉에서 계속해서 치열하게 교전하는 모습을 보여 러시아군도 놀라게 했다.
특히 일부 북한군 병사들은 적군에 포위되자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자결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현대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으로, 2차 세계대전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라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에게 상당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북한군의 강한 정신력은 이들이 일반 사병 부대가 아닌 폭풍군단 출신 특수부대원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폭풍군단은 전시 대남 침투 작전을 위해 조직된 부대로, 완전 군장을 하고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씩 뛰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대는 원래 잠수함을 타고 해상에서 적진 침투를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공수 낙하를 통해 적진에 침투하는 특수 작전 요원들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해 기름이 필요한 기계 작전 훈련은 거의 하지 못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산악 훈련이나 기동전 훈련만 받다 보니 정신력과 체력이 다른 나라 군대에 비해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군의 활약으로 러시아는 부분 휴전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이 이루어졌음에도 러시아는 협상 일자를 다시 잡자고 하거나 갑자기 휴전 협상 대표를 바꾸겠다며 협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을 끌 경우 러시아에 석유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음에도 러시아는 계속해서 시간만 끌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쿠르스크주 탈환 작전뿐 아니라 다른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이전 배치할 계획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남부 크림반도 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에 북한의 보병이나 포병 사단들의 이동 전황이 러시아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북한은 상호원조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빼앗겼던 러시아 영토를 회복하는 전투에만 북한군이 참여했다. 만약 북한군이 확전 전투에 나서게 된다면,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 당사국이자 전범 국가로 전환되어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한군이 현대 드론전에 있어 많은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상당수의 신형 드론이나 드론 탐지기, 광섬유 드론과 같은 무기 체계를 넘겨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북한이 각종 무력 도발에서 드론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각종 재래식 무기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으며, 핵무기나 핵추진 장치에 대한 기술도 이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인 군사적 긴장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파병 대가로 군사 지원을 받게 된다면, 이는 북한의 핵 개발이나 군비 증강을 가능케 하는 재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 두 나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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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북한은 과거의 북러 관계를 넘어 한미 동맹에 준하는 혈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북한은 실전 참여를 통해 현대전 기법을 익히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드론전 등 현대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대응 능력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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