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주유소 깡' 의혹도 끌올
"진짜 '드럼통 정치'는 윤석열 내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해 이른바 '드럼통 퍼포먼스'를 벌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역공'을 당하고 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이 즉각 '영현백' 패러디로 비꼰 데 이어, 경찰 고발까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14년 전 나 의원을 둘러싼 '주유소 깡' 의혹까지 재차 거론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감시단 민주파출소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파출소는 "이 이미지에서 사용된 '드럼통'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이재명 후보를 허위 프레임으로 음해하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된 상징물"이라며 "해당 이미지가 나 의원의 카카오톡 공보방을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당의 대선 후보가 국민적 혐오 커뮤니티의 주장을 아무 비판 없이 차용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주당의 경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모든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드럼통에 들어간 사진과 함께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드럼통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에서 조직폭력배가 드럼통에 사람을 가둬 협박하거나 시신을 유기할 때 등장한 이후, 극우 커뮤니티에서 이 전 대표를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즉각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모경종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계정에 '영현백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과 함께 영현백에 들어간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 나오겠다는 사람이 망상과 진실을 물타기 하는 현실, '망상 정치'에 많은 국민들이 치를 떨고 있다"면서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져 국민을 우롱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바로잡겠다"고 글을 썼다.
'영현백'은 전사자나 순직자 유해를 수습해 운반하는 특수가방이다. 육군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3000개를 구매한 사실이 밝혀지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인사들을 영현백에 담아 처리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즉각 영현백 소환으로 맞대응한 셈이다.
더욱이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본인의 14년 전 논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같은 날 김성회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나 의원에게) 드럼통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보자"고 적은 뒤, 2011년에 보도된 '나경원, 2년간 주유비 5700만원… 하루에 4차례 주유하기도'라는 기사를 게시했다. 이는 나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서울시장 후보 시절, 2009~2010년 동안 정치자금 3000여만원을 유류비로 지출한 사실을 지적한 기사다. 당시 '주유소 깡'이라는 의혹까지 일었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 역시 "천박하고 비굴하고 양지에서 기득권의 단물만 빨아먹고 사는 나경원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저런 천박한 드럼통"이라고 해당 퍼포먼스를 맹비난했다. 그는 "진짜 '드럼통 정치'를 기획한 자는 윤석열 내란 세력"이라며 "내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극우 밈에 편승한 퍼포먼스로 대권 놀음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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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 의원은 민주당의 고발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의 정략 고소·고발 남발에 대해 오히려 맞고소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그는 "다른 커뮤니티들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이재명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돌고 있던 걸 왜 일베가 최초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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