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들 지역전체 지질상황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토목공법 사용"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서울의 땅속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질지도를 분석한 결과 송파구에 이어 영등포구가 제2의 '싱크홀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에는 송파구와 같이 지질이 취약한 지역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2일 "서울시 시추지질조사 자료 1만5000개를 분석한 지반지도에 따르면 석촌 지역은 10m 아래의 토사들이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상태"라며 "싱크홀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질과 지하수 상황등을 종합해볼 때 최근 싱크홀 사고가 일어난 영등포지역도 송파구와 같은 취약 지역"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와 영등포구는 하천이 흐르면서 토사가 쌓인 충적층으로 구성돼 싱크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하수 흐름에 취약한 지질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적층은 한강 주변 지역에 넓게 분포돼 있어 암반과 지하수위가 송파구와 비슷한 지역도 싱크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강북지역은 흑운모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충적층뿐만이 아니라 송파구와 영등포의 암질 또한 붕괴 가능성이 높은 '잘 깨지는 성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와 영등포의 암반의 균질도를 나타내는 암질지수(RQD)는 10~20%에 불과했다. 암질지수가 낮을수록 암반이 깨지기 쉬워 지반이 무를 수밖에 없다.
송파구와 영등포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표면에서 지하 암반까지의 도달거리(심도)도 길었다. 이는 타 지역에 비해 흙이 차지하는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해 지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지역의 심도는 각각 '-20~-25m' '-25~-30m'를 나타내 심도가 '-10~-15m'가 대부분인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길었다. 심도가 -20m라는 건 20m를 파야 암석이 나온다는 말로, 그만큼 흙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하수는 대부분 흙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싱크홀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강서구 등 송파구와 같이 주로 충적층으로 구성돼 있으면서 지표면에서 암반까지 도달거리는 긴 지역도 있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시공사들이 지역 전체의 지질 상황 등 각종 역학 관계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에 나서면서 시내 취약 지역의 싱크홀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수로 인한 지반침하가 예상되는 지역에 지하수를 뿜어내는 공법을 쓰는 등 잘못된 시공법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송파구의 지질상황을 볼 때 롯데월드도 토목공법상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본다. 이는 시공사가 자기 땅 외 인근 지역의 지질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토목공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질지도 작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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