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0월만 되면 유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을 시작으로 유신헌법 선포일(17일), 박정희 전 대통령 유고일(26일) 등 유신 관련 기념일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10월은 잔인하다. 5·16과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로 과거사의 늪에서 탈출을 시도한 박 후보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선 캠프는 박 후보가 이미 고개를 숙인 만큼 진정성을 강조하며 국민대통합의 가치를 강조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위기를 지지율 반등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이날 부마민주항쟁 33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전날 경남 창원시를 찾아 "우리가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갈 때 경남은 민주화의 성지였다"며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그 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16일 오후엔 서울 수유리의 국립 4·19 묘지를 참배하고 희생자와 유족, 피해자를 위로할 예정이다.
박 후보가 처음으로 부마민주항쟁을 언급한 것은 더 이상 '아버지 시대'의 과거사로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지난 두 달 동안의 과거사 논쟁 과정에서 충분한 학습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사 논란은 확실히 매듭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유신헌법 선포일과 관련해서 한광옥 대통합위 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은 박 후보에게 관련 언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하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후보가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당장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는 박 후보의 발언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후보가 역사적 현장에서 부마항쟁에 대해 언급한 것을 접하고 만감이 교차한다"면서도 "정중한 사과를 거부하고, '위로'를 앞세운 것은 정치인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부터 '과거사'를 진솔하게 훌훌 털고 온 국민과 더불어 미래로 나갈 환골탈태한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6일 박 전 대통령의 기일을 앞두고선 고민이 만만치 않다. 박 후보는 해마다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해왔다. 그러나 자칫 또 다시 과거사 논쟁을 촉발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가 위기의 10월을 넘어 순탄한 대권 레이스를 펼칠지, 또 다시 과거사 논란에 휩싸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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