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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기업 사냥, '깡통' 만든 조폭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전직 법무부 장관은 수년전 "한국에는 마피아와 같은 범죄 조직이 없다. 외국도 한국의 범죄 소탕 기법을 배우려한다" 고 자랑삼아 말했다.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의 조직 범죄가 뒤늦게 검찰에 의해 적발됐다. 그것도 많은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증권시장 한 복판에서 코스닥 상장 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것이다. 조폭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과거 유흥주점 주도권을 놓고 생선회칼을 휘두르던 '깍두기 형님'이 인수합병, 주가조작 등의 금융기법까지 동원하는 지능 조폭으로 진화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이후 꾸준히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공기청정기 회사인 CTC사가 조폭 개입으로 망가져 올 3월 상장이 폐지된 과정을 보면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어제 검찰 발표에 따르면 3년 전 사채업을 하던 '김제 읍내파' 두목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돈이 달리는 이 회사에 돈을 꿔준 뒤 인수했다. 이들은 빌린 사채로 주식대금을 납입한 후 다시 인출해 빚을 갚는 가장납입 수법을 사용했으며 이를 분식회계로 감췄다고 한다. 이들은 회사 돈 77억 원을 빼돌린 뒤 기업을 매각했다. 새 인수자는 주가조작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조작세력들을 '광주 콜박스파' 조직원들을 시켜 감금, 폭행했다.

'대한민국 벤처기업 최우수상'을 받은 CTC사에서 불법 행위가 빈발하고 1년마다 사주가 두 차례나 바뀌고 조폭이 부회장을 맡았는데도 금융당국과 외부감사인은 뭘 하고 있었는가. 한심한 일이다. 상장ㆍ코스닥 기업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


또 우리가 긴장해야 할 것은 화이트컬러 범죄의 조폭 개입 사례가 수년전부터 적지 않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4년에는 기업 인수ㆍ 합병(M&A) 과정에서 기업사냥꾼으로부터 수 억 원을 갈취한 '양은이파' 부두목과 회사 돈을 횡령한 '서방파' 부두목 2명이 구속됐다. 2006년에는 주식투자 손실금을 물어내라며 주가조작 전문가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벌교파' 두목 등 2명도 붙잡혔다.

이들은 빙산의 일각이며 지금 어디에선가 서구 마피아와 같은 조직이 본격 암약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능 범죄의 경우 피해가 넓고 액수가 큰 게 문제다. CTC사 투자자들만 해도 600여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정부는 새로운 조직 범죄와의 전쟁을 본격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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