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보다 물가가 급하다…치솟는 유가에 바이든 '지지율' 비상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유가에 길을 잃었다.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한층 악화하는 추세인 데다, 유가를 잡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들마저 그가 강조해 온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고 있어서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가 잡자" 사상 최대 비축유 방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1일당 100만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허가를 받고도 생산을 시작하지 않은 유전 9000여개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물리는 등 미국 내 원유 시추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유가 급등세를 잡기 위한 조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비축유 방출 소식에 전장 대비 7% 떨어진 배럴당 100.28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초 대비로는 35% 오른 수준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방출까지 결정한 것은 치솟는 유가로 인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9% 상승해 1982년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가격은 무려 25.6% 뛰어 올랐다. 러시아의 침공이 2월 말 이뤄졌음을 고려할 때 조만간 두 자릿수를 찍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표심에 직격탄이 될 장바구니 민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비축유 방출의 즉각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35센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공약인 기후변화 대응과는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날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사상 최대 비축유를 방출한다고 기후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명백한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환경정의법의 페기 셰퍼드는 "백악관이 화석연료에서 멀어져야 할 때"라며 "치솟는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미국이 녹색 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더 집중해야 함을 증명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으로 LNG 수출도 확대했다.

◇낮은 지지율에 ‘기후변화’ 건 도박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 공약을 뒤로 하고 경제문제를 우선 순위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변화 의제를 압도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를 받아들였다"면서 "큰 도박"이라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잠시 기후변화 목표에서 탈선하겠지만, 대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담한 패배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될 순 있다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서방의 대러 제재를 주도하며 잠깐 반등하는가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다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치분석매체 538이 주요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미국 내 성인들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7일 40.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지난 6일 43%대로 올랐다. 하지만 다시 하락하며 이날 40.9%를 기록했다. CNN은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인플레이션이라고 답변했다.

인플레이션 이슈는 11월 중간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큰 변수로 손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통제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CNN은 2018년까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미만일 때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평균 37석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의회 다수석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상원에서는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까지 포함해 공화당과 동수다. 하원에서는 8석 앞서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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