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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대해부]<上>"내가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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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자영업자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난 안 당해’ 자신했는데…자책과 고통이 더 컸다

‘남의 일’로만 치부됐던 보이스피싱. 어눌한 조선족 말투에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비아냥도 옛말이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점점 더 치밀해져가는 보이스피싱은 적발도, 피해 보상도 쉽지 않다. 절대 안 당할 자신이 있었기에,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들은 누구보다 큰 정신적·경제적 고통에 시달린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돼버린 보이스피싱의 실태와 예방책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보이스피싱 대해부]<上>"내가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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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유병돈 기자] "저도 제가 보이스피싱에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황정인(38·가명)씨는 인터뷰 내내 허탈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똑똑하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던 황씨였기에 아내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끙끙 앓은 지 벌써 한 달째다.


악몽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매출에 타격을 입은 황씨에게 주거래 은행에서 ‘정부정책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연 1.76~4.15%의 낮은 금리는 황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기존 은행 대표번호처럼 음성안내가 나오지 않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빠른 상담을 위해 내선 연결을 최소화한 방식으로 1:1 상담이 진행된다’는 말에 안심했다. 상담 직원은 대출 심사를 위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URL 하나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전화를 끊은 뒤 은행 홈페이지와 흡사한 모습에 황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해킹 프로그램이 황씨의 휴대전화를 점령했다.


신청서 작성 후 다시 걸려온 전화. 상담 직원은 황씨가 기존 코로나19 지원 대상이 아닌 만큼 대출이 쉽지 않다면서 기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는 조건으로만 추가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함을 느낀 황씨는 은행 대표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해킹 프로그램이 모든 전화를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연결되도록 하고 있었지만, 황씨는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은행 대표번호로 연결된 다른 상담직원도 같은 설명을 했다.


돌이켜보면 대출 실행 절차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상담 직원은 대출 한도가 크고 금융감독원 모니터링을 피해야 한다면서 은행 직원을 만나 오프라인상에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황씨가 금융감독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해 문의했지만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 때부터 황씨의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황씨는 가족에게 도움을 청해 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해 2080만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하철역 인근에서 은행 직원을 가장한 현금 수거책을 만나 돈을 전달했다. 이때 만난 직원은 대출 상환 후 전산 처리가 이뤄지려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렇게 황씨는 집으로 돌아와 추가 대출금을 사용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한 이틀이 지났는데도 기존 대출금이 상환됐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황씨의 형이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다며 경찰에 문의하자고 했다. 황씨는 인근 경찰서를 찾아 상황을 설명했고, 경찰관은 황씨의 휴대전화를 살피더니 ‘해킹 프로그램’을 지목하며 보이스피싱이 맞다고 했다. 놀란 황씨는 그 자리에서 사건을 접수했다.


그때부터 황씨의 나날은 자책과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자신만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면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것도 불가능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경험담을 읽어봤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고, 피해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사례도 드물었다. 평소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보며 ‘저런 뻔한 수법에 왜 당하냐’며 한심해 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보였다.


그러던 중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돈을 건넸던 현금 수거책이 잡혔다는 것. 20대 청년인 이 현금 수거책은 황씨 외에도 3명의 피해자에게서 모두 8000만원 이상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금 수거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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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당장 황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70만원 남짓. 그나마 현금 수거책이 갖고 있던 돈을 피해자들에게 피해 비율로 나눈 금액이다. 황씨는 “직접 당해보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나는 안 당해’라는 무사안일한 생각이 정말 위험한 것 같다”고 당부하며 말을 마쳤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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