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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계피맛에 바삭한 식감…커피 옆 '그 과자' 1조 육박 매출 비결[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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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기업 로투스의 '비스코프'
1980년대 美 델타항공 기내식 채택
지난해 매출 9700억원...상반기 매출 11%↑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잘 부스러지고 톡 쏘는 계피 맛이 나며, 갈색빛을 띠는 직사각형 모양 비스킷. 로투스가 만든 커피의 단짝 과자 '비스코프'는 어떻게 1년에 97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벨기에의 과자 기업 로투스가 제조하는 비스코프의 초창기 이름은 '스펠퀼라스'였다. 명절에 만들어 먹던 전통 과자 레시피를 저렴한 식자재로 대체해 대량 양산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료품 수급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싸구려 비스킷' 취급을 받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 비스코프는 유럽에만 알려진 지역 상품에 가까웠지만, 1980년대 미국 델타항공의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벨기에서 먹던 과자, 美 항공사 눈에 들다

톡 쏘는 계피맛에 바삭한 식감…커피 옆 '그 과자' 1조 육박 매출 비결[맛있는 이야기] 로투스 로고가 새겨진 비스코프 과자. 처음에는 스펠퀼라스라는 이름이었으나, 훗날 비스킷과 커피를 합친 '비스코프'라는 제품명으로 변경됐다. 로투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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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회는 1979년 항공 규제 완화 법을 승인해 항공사의 노선·서비스·가격 등을 통제해온 민간항공위원회(CAB)의 권한을 축소하고 항공 운수 산업의 자유 경쟁 시대를 열었다. 항공 규제 완화 이후 델타 항공, 아메리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등 이른바 '빅3' 항공사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저비용항공사(LCC)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항공권이 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로 양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LCC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빅3의 시장 점유율을 잡아먹기 시작했고, 빅3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다른 항공사들과 차별화를 꾀할 새로운 사업 전략을 고심하게 됐다.


이때 로투스의 비스코프가 델타 항공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1986년 마이클 맥과이어라는 미국인 식품 중개인은 비스코프를 델타 항공 경영진에 소개했다.


맥과이어는 비스코프를 기내 간식으로 채택하면 저비용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장담했고, 델타 항공은 고심 끝에 제안을 승낙했다. 델타 항공은 일부 승객들에게 커피를 따라주면서 한두 개의 비스코프를 함께 나눠줬다. 비행 도중 비스코프의 톡 쏘는 맛을 본 고객들은 여객기에서 내린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했다. 당시 과자 이름을 몰랐던 미국인이 비스코프를 "신기한 갈색 과자", "비행기 과자"로 부르며 찾기 시작했고, 비스코프를 맛보겠다는 이유만으로 델타 항공을 찾는 이들도 생겼다. 심지어 비스코프를 사재기하고 싶다며 델타 항공에 우편을 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톡 쏘는 계피맛에 바삭한 식감…커피 옆 '그 과자' 1조 육박 매출 비결[맛있는 이야기] 1970년대 보잉 747 내부 모습. 여객기가 대형화하자 기내식, 기내 간식 서비스도 항공사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델타 항공의 비스코프가 대히트를 친 이유디. '에어라인 히스토리' 페이스북

비스코프의 인기가 치솟자 델타 항공은 로투스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1990년대 말부터는 델타 항공의 로고가 비스코프 포장지에 새겨졌다. 비스코프의 인기를 목격한 경쟁 항공사들도 일제히 기내 간식에 비스코프를 도입했다. 순식간에 비스코프는 전 세계 마트와 편의점 등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글로벌 과자로 거듭났다. 물론 비스코프의 최대 수요처는 여전히 항공사로, 지난해 기준 아메리칸 항공은 연간 1억2400만개, 델타 항공은 8500만개의 비스코프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코프의 인기 비결은

톡 쏘는 계피맛에 바삭한 식감…커피 옆 '그 과자' 1조 육박 매출 비결[맛있는 이야기] 델타 항공과 로투스의 공식 파트너십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비스코프 포장에 델타 항공 로고가 새겨진 모습. 델타 항공 페이스북

비스코프는 기내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기내식 리뷰 매체 '인 플라이트 피드'에서 활동하는 식품 분석가 닉 루카스는 "맛이 독특하다는 게 중요하다. 계피와 향신료의 향이 어우러져 맛을 기억에 남긴다"고 설명했다. 비행기는 높은 고도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미각도 둔해지기 마련인데, 비스코프 특유의 강렬한 맛은 확실한 존재감을 남긴다는 것이다.


비스코프의 또 다른 장점은 민감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에너지 바나 견과류는 여러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함유돼 기내 간식으로 부적합하다. 하지만 비스코프는 설탕과 밀가루, 식물성 기름(주로 카놀라유나 팜유)에 향신료만 섞어 만들기에 누구나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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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코프는 지난해 기준 판매액 6억유로(약 9700억원)를 돌파, 로투스 전체 매출인 12억3000만유로(약 1조9190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로투스에 따르면 비스코프는 현재 완제품 비스킷을 넘어 아이스크림 콘·파이 및 케이크 시트·스프레드·크럼블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돼 판매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만 11%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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