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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협상의 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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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협상의 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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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과 높은 민주주의 수준, ‘K’로 대표되는 문화예술 등. 소프트 파워로 위상을 높여온 한국 발전상은 외국인에게는 부러움, 한국인에게는 자랑이었다. 외교관들은 그 자부심으로 어깨를 펴고 산다.


그런 대한민국 외교관들에게 지난겨울은 유독 춥게 다가왔다. 비상계엄과 연이은 탄핵 등으로 ‘대통령직(Presidency)’이 불과 넉 달 새, 세 번(윤석열→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각국 주한외교단에 관련 소식을 전하며, 국정은 문제없다고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했다.


대한민국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시즌 1과 비교해 시즌 2의 트럼프는 더욱 거칠고 급한 모습이다. 각성한 ‘진격의 트럼프’에겐 아군도 적군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비상 상황을 맞은 각국은 앞다퉈 미국 백악관을 줄을 대고자 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한국만 예외였다. 한미 정상 사이에서 가장 바빠야 할 시기에 외교부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정상 외교가 멈춰선 이 상황이 차라리 다행이라 자위해야 할까.


트럼프는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부터 관세로 때려댔고, 오랜 동맹인 유럽을 방위비로 압박했다. 동맹국에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던 트럼프는 전쟁을 벌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느닷없이 밀착했다. 황금 칠을 한 사무라이 투구 선물로 트럼프 환심을 샀다던 이시바 일본 총리도 최근엔 관세 문제로 표정이 싹 굳었다.


한국은 아직 트럼프와 전화 한 통 못했지만, 그다지 손해 본 것 같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기업 입장에서 관망은 사치요, 자조적 핑계와 다르지 않다. 기업은 난국을 타개하고자 직접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우리 정상도 없이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홀로 백악관 마이크 앞에 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났다.


미국은 곧 예고했던 상호관세 세율을 발표한다. 끝내 피할 수 없는 협상의 시간이 온 것이다. ‘대미 흑자 8위 국가’인 한국은 이미 표적에 올랐다. ‘70여년 한미동맹’을 외쳐봤자 현 상황에서 아무런 방패가 돼주지 못한다. 트럼프가 쏘는 ‘첫 번째 화살’은 피할 길이 없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두 번째 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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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기점으로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고, 휘몰아치는 국제정세에 대비하고자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두 번째 화살은 결국 대한민국 경제로 날아와 박힐 것이다. 내부 문제에 시간을 허비해도 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 너머, 트럼프가 기다리고 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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