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버리고 '우클릭' 노선 전환
WP 오피니언 섹션 편집인 반발 사임
미국의 대표 진보 매체 워싱턴포스트(WP)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앞으로 오피니언 지면에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을 지지하는 글만 싣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면 담당 편집인은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해 사직했다.
베이조스는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나는 우리(WP) 오피니언 페이지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개인의 자유(personal liberties)와 자유 시장(free markets)이라는 2가지 기본 원칙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글을 매일 실을 예정"이라면서 "물론 다른 주제도 다루겠지만, 이 두 가지 원칙에 반대하는 견해를 지닌 기사는 다른 매체가 싣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문, 특히 지역 독점 신문은 모든 견해를 담는 광범위한 오피니언 지면을 매일 아침 독자의 집 앞에 갖다주는 서비스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이조스는 "나는 미국인이고 미국을 위해 일하며, 그 점이 자랑스럽다"면서 "미국 성공의 많은 부분은 경제와 그 밖의 모든 영역에서 누리는 자유였다. 자유는 윤리적이고 강압을 최소화하며, 실용적이다. 창의, 발명, 번영을 촉진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오늘 오전 이 글을 WP 팀과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조스가 강조한 2가지 원칙은 보수 진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므로, 앞으로 WP의 논조가 보수적으로 바뀔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WP 내부에는 이러한 논조 변화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방침에 오피니언 편집인 데이비드 시플리가 반발해 사직했다고 전했다.
베이조스는 "내가 매우 존경하는 시플리에게 이 새로운 시기를 이끌 기회를 제안했지만, 그는 깊은 고민 끝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것은 쉽지 않은 중대한 변화이며 100% 헌신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향후 새로운 방향을 이끌 새 오피니언 편집인을 찾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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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WP의 논조에 입김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WP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을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다가 베이조스의 반대 때문에 발행되지 않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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