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매우 유사한 의사소통 방식 첫 발견
"인간과 침팬지의 대화 방식, 진화 유사성"
야생 침팬지의 '의사소통' 방식은 인간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간처럼 빠르게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일부 침팬지는 상대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 떠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과 비슷하게 수다를 떨 줄 아는 셈이다. 침팬지에도 수다쟁이, 박찬호의 별명으로 알려진 '투머치토커'가 있다는 의미다.
23일(현지시간) BBC는 캣 호바이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교수가 최근 야생 침팬지 관찰 보고서를 국제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호바이터 교수는 매체에 "이번 발견은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 방식에 있어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진화적 유사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서로의 얼굴을 보고 차례대로 대화를 주고받는 의사소통 방식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 아닌, 영장류 전체가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호바이터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대화 방식은 동물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다고 한다. 인간은 서로 차례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는데, 차례를 한 번 바꾸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0밀리초(밀리초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연구팀이 야생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 집단 사이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속도의 의사소통 패턴이 드러났다고 한다. 호바이터 교수는 "침팬지와 인간의 (대화) 타이밍은 정말로 가까웠다"라며 "(침팬지의) 대화와 대화 사이 간격은 약 1600~8600밀리초 정도로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인간보다 침팬지의 대화 반응 속도가 더 느린 이유는 이들이 아직 자연환경에서 서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뿐만 아니라 제스처를 포함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현대 인간보다 한 차례의 대화를 마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또 어떤 침팬지는 인간처럼 '수다'를 떠는 것으로 포착됐다. 즉, 자신의 대화 차례가 끝난 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순서를 가로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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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런 다양한 대화 패턴을 통해 침팬지가 갈등을 피하고, 서로 협력해 왔다고 본다. 이들은 "이들은 짧은 제스처 교환으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며 "우리의 먼 친척인 다른 영장류의 의사소통 방식을 조사하면, 인간이 왜 지금 같은 의사소통 방식을 채택하게 됐는지 더욱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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