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울대학교 교수가 자신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평가글을 게시한 온라인 대학교수 평가 사이트 운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서울대 A 교수가 인터넷 사이트 '김박사넷' 운영사 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의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피고가 정보처리로 얻은 이익과 처리절차 및 이용 형태, 정보처리로 인해 원고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제공한 행위는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 김박사넷에서 교수 평가 결과를 제공한 행위를 두고 원고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라고 A 교수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2018년 개설된 김박사넷은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들이 지도교수를 정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국내 주요 대학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증을 받은 재학생·졸업생들은 ▲교수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를 A+부터 F까지 5등급으로 평가해 연구실 등급을 매길 수 있고, 익명으로 교수에 대한 한 줄 평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입력된 정보는 운영사의 관여 없이 기계적으로 취합돼 5각형의 평가 그래프 형태로 제공됐다.
이 사이트에서 A 교수의 연구실은 5등급 평가 지표 대부분 낙제점인 F 또는 D+를 받았다. A교수에 대한 한 줄 평 역시 "인성....", "취업이 힘들고 졸업도 안 시켜주고 석사도 2년 내 졸업 어려움. 휴가가 없음", "언어 폭력"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이에 A 교수는 김박사넷에 연구실 평가 그래프와 한 줄 평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피고 회사는 김박사넷에서 A 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지우고 한 줄 평을 볼 수 없게 차단했지만, 5각형의 평가 그래프는 삭제하지 않았고, 비공개 처리한 한 줄 평에는 "이 한 줄 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처리 되었습니다"는 안내글을 달았다.
그러자 A 교수는 1000만원의 위자료와 남아 있는 게시물 삭제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 교수는 김박사넷에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인품' 항목이 낮게 평가된 5각형 그래프를 통해 피고 회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해 인격권을 침해했고,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A 교수의 명예훼손, 모욕 주장과 관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표현물 중 일부를 선별해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게시 공간에 개재한 경우, 해당 표현물에 명예훼손적 표현이 담겨 있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제3자와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겠지만,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평가 그래프 삭제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도 "피고가 이 사건 그래프의 삭제를 거부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원고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여지가 없고, 원고에 대한 어떠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없다"라며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A 교수에 대한 한 줄 평을 비공개 처리하면서 A 교수의 요청에 따라 블락처리 됐다는 안내글을 올린 것 역시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공시 의무에 따른 조치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A 교수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1심 법원의 판결 이유를 수긍하면서 국립대학교 교수인 A 교수의 공적인 지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판단을 추가로 내놨다.
재판부는 "원고는 공적인 존재에 해당하고, 그 직무 수행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라며 "피고가 그와 같이 교수를 평가하는 항목과 방법이 객관적으로 보편타당하고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나, 사적인 법 영역에서도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방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제공한 행위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A 교수는 다시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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